이르면 이달 말 개최… 정부 측 회의 참석 확정"참여 기정 사실" 분위기… '세부 의제·역할 조정' 필수20년새 폭풍 성장 對中 수출… 존재감 무시 못하는 '中 달래기'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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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이르면 이달 말 열리는 미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 동맹인 '칩4' 예비회의 참석을 앞두고 막판까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리를 찾는 전략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반도체업계에선 칩4 가입이 필수라는 의견이 굳어진 가운데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중국을 잘 달래는 것이 이번 동맹 참여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반도체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 예비회의가 이르면 이달 말이나 내달 초 개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리 정부는 이 예비회의에 참석할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도 회의 시기나 장소, 구체적 의제 등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예비회의에 참석한다고 해서 칩4 참여를 완전히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예비회의에 참석한 뒤 칩4 관련 세부 의제나 역할 등을 조율하는 실무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협의체 참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로선 우리나라가 칩4 가입을 해야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더 실리는 상황이다. 반도체업계에선 칩4 가입은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데 입을 모으며 반도체 생태계 구조적으로 한국이 칩4 동맹에서 빠질 수 없고 앞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생산을 이어가기 위해선 참여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대만이나 일본 등 나머지 예비 동맹국들은 이번 칩4 조직에 발 벗고 나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모습이다. 미국이 장비와 팹리스 기술 등에 강점이 있고 일본은 반도체 핵심 소재 상당 부분을 생산하고, 대만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제조 기술력이 높아 각기 다른 역할을 맡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 중 특히 일본은 소재를 무기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맡으면서 상대적으로 뒤쳐진 반도체 제조 기술력을 만회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이런 가운데 한국 반도체가 칩4 참여를 고사하게 되면 앞으로 미국과 일본에서 공급 받았던 소재나 장비 조달에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자칫하면 중국과의 관계를 빌미로 칩4 동맹에 소극적이라는 모양새가 굳어질 수 있다는 현실도 무시하기 어렵다.

    이렇게 칩4 참여가 가시화되는 상황에도 수출되는 반도체의 60%를 책임지는 중국이라는 시장을 무시할 수 없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산업별 대중(對中) 수출의존도 변화의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여 년간 대중 수출의존도가 가장 많이 높아진 산업이 다름 아닌 '반도체'였다. 지난해 기준 반도체는 대중 수출비중이 39.7%로 정밀기기(42.5%), 정밀화학(40.9%)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는데 지난 2000년 대중 수출비중이 3.2%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20여 년새 무려 비중이 12.4배 늘어난 셈이다.

    그만큼 지난 20년 동안 반도체 산업이 중국시장 덕에 고속 성장할 수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렇게 성장한 한국 반도체 산업은 현재 전체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자리잡았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주요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중국 수출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우뚝 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도 삼성과 SK는 메모리 제품 상당 부분을 중국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하고 있어 중국 의존도가 높은 현실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두고 있는 낸드플래시 공장에서 전체 낸드의 42%를 생산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우시 공장에서 전체 D램의 47%를 생산하고 있다. 중국 IT 기업들 상당수가 삼성과 SK의 고객사다.

    이런 까닭에 칩4 동맹이 임박한 현 상황에서 정부가 이런 산업계의 현실을 미국에 잘 전달해 최대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게 하는 과정이 동맹 전에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국 주도의 칩4 동맹이 이미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면 앞서 중국에서 전개하고 있는 메모리 생산활동에는 최대한 지장이 없게끔 협상을 이끄는 것이 결국 정부의 역할"이라며 "중국 현지에 추가적인 시설 확장이 당분간 어려울지라도 현재 돌아가는 생산라인이 막히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면 실익을 보장받기 힘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