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TS, 반도체 성장률 18.7%→8.2% 하향 조정서버 및 스마트용 메모리 수요 둔화 영향설비투자 감소… 최대 내년 1분기까지 부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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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반도체 겨울론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시장 기관은 반도체 시장 전망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으며 투자도 얼어붙는 모습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기존 18.7%에서 8.2%로 낮춰 납았다. 

    내년 전망도 3.4%에서 0.6%로 하향 조정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올 3분기 D램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전분기보다 10% 이상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예상한 3~8% 하락보다 더 부정적으로 판단했다. 

    품목별로는 내장형멀티미디어카드(eMMC)와 범용플래시저장장치(UFS)의 가격이 3분기에 13~18% 하락할 전망이다. 역시 한 달 전 전망치 8~13%보다 폭이 커졌다. 기업·소비자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가격은 10~15%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의 하락 전망치는 기업용 5~10%, 소비자용 8~13%였다.

    이 같은 전망은 수요가 둔화되면서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그동안 반도체 시장 수요를 이끌었던 서버용과 스마트폰 모두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시장 부진은 올해 4분기 또는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 반도체 업계도 그간 반도체 산업의 가장 탄탄한 수요처인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의 성장세 둔화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애널리스트들은 클라우드 시장이 이제까지 경기하강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침체에 강한 업종인지가 입증이 안 된 상태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클라우드 사업 매출 성장세가 둔화한 가운데 빅테크(거대 IT기업)들의 광고주들마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어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알파벳의 구글 클라우드 매출 분기 성장률은 전분기보다 8%포인트 이상 떨어졌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매출 증가율 역시 각각 6%포인트, 3%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빅테크들이 경기침체에 대비해 데이터센터 투자를 축소하면 인텔이나 AMD 같은 미국 반도체 업계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진행된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물가상승과 경기 침체로 위축될 것"이라며 "스마트폰은 신제품 출시 효과가 기대되지만 서버의 경우 수요 업체들의 재고 우선 소진으로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설비투자도 크게 둔화됐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최근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신규 설비투자(CAPAX) 전망치를 1855억달러(약 248조5000억원)로 수정했다. 기존 전망치였던 1904억달러(약 255조원)보다 2.5%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전년 대비 연간 성장률 전망치도 24%에서 21%로 낮아졌다.

    하반기 들어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올해초 수립했던 공격적인 증설 계획을 연달아 재검토에 나선 것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반도체 업황도 좋지 않다. TSMC는 올해 시설투자 계획을 기존 400억~440억달러에서 400억달러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우리 수출에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7월 우리나라 메모리반도체 수출액은 52억7000만 달러(약 7조1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 감소했다. 메모리는 단일 품목코드 기준 최대 수출품으로, 지난해 수출액은 691억7722만 달러로, 전체 6444억 달러 중 10.7%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