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평택오송선 등 총 136량의 고속차량 입찰 예정스페인 철도사 탈고, 국내 기업과 컨소시엄 이뤄 입찰 참여 전망'동력분산식' 열차 발주에 '동력집중식' 제조사 입찰에 안전성 우려 ↑
-
7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조만간 KTX 평택오송선 고속차량(EMU-320) 120량, 수원·인천발 16량 등 총 136량의 동력 분산식 고속차량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번 입찰에는 스페인 철도차량 업체인 '탈고'가 국내 중견기업인 우진산전과 컨소시엄을 이뤄 이번 코레일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입찰에 나서면 2005년 프랑스 알스톰이 참여했다가 탈락한 이후 17년 만에 해외 업체의 참여가 된다.
탈고는 스페인 마드리드에 본사를 둔 업체다. 지난해 매출 5억5540만 유로(약 7500억원)로 세계 20위권 밖으로 평가 받는다. 탈고는 고속차량을 수출한 실적이 있지만, '동력집중식' 고속차량을 주로 제작했고 '동력분산'식 고속차량을 제작·납품한 실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코레일이 이번에 입찰하는 열차는 '동력분산식'이라는 것이다.
고속차량은 동력집중식과 동력분산식으로 나뉜다. 탈고가 주로 제작한 동력집중식은 열차의 양 끝 기관차에만 동력원이 달려 있다. 반면 동력분산식은 열차에 동력을 골고루 분산해 속도 가감 능력이 뛰어나고, 승객을 동력집중식보다 25%가량 많이 실을 수 있다. 다만 제조 가격은 동력집중식보다 높은 편이다.
현대로템은 정부의 정책 지원과 자체 기술을 통해 동력분산식 고속철도('KTX-이음')를 제작·납품한 바 있다. 지금까지 투입된 민·관 투자액은 약 2조7000억원에 이른다.
업계에 따르면 코레일은 지난해 입찰 참가자격 규정을 없애 진입장벽을 낮췄다. 그동안은 시속 250∼300㎞ 이상 최고 속력을 내는 차량 제작·납품 실적이 있는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코레일 측은 "조달 시스템에서 서류 제출 절차를 없애 국내·외에 똑같은 조건을 둔 것"이라며 "애초에 입찰 제한을 규정한 적이 없고, 법과 규정에 따라 공개경쟁 입찰을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업계는 기술력도 갖추지 못해 안정성도 떨어지고, 자국 내 우선주의도 아닌 코레일의 입찰 방식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고속철 관련 부품사 191사는 '철도차량 부품산업 보호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부에 대책 마련 호소에 나섰다.
철도차량 부품산업 보호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일 호소문을 코레일에 전달하고 "경쟁을 명분으로 해외 업체의 무분별한 국내 고속차량 사업 입찰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동력분산식 고속철도는 막대한 국고와 인력을 들여 개발한 안전성이 입증된 국산 기술인데, 기술력 없는 외국계 기업이 수주를 하게 된다면 결국 제품을 받아야하는 국가가 나서 해당 기술을 알려줘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어 "만일 하나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기차 보조금 등 글로벌에서 '자국 우선주의' 현상이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국가 간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만 개방해 국내 산업을 쇠퇴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탈고의 목적은 결과적으로 유럽시장 공략이 중장기 목표일 것"이라며 "동력분산식 철도에 대한 기술력은 미비하지만 일단 수주한 이후 한국 수주 이력을 통해 다른 시장들을 공략한다는 전략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2027년 오송-평택 복복선, 인천발 KTX완공 시기에 맞춰 EMU-320 고속차량 136량을 관련 법과 규정을 준수해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며 "관련 업체의 의견 수렴을 통해 입찰 공고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