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복합위기 판단연말 인사와 내년 사업전략 수립·신사업 등 구상
  • ▲ 재벌가 3세 경영인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한국조선해양 사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각사
    ▲ 재벌가 3세 경영인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한국조선해양 사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각사
    경영 전면에 나선 대기업 오너 3·4세들이 추석 연휴 국내에 머물며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에 대비해 사업 구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와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이른바 3고(高) 등 복합위기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 차분히 재택 등지에서 하반기 경영전략 모색에 몰두하는 것이다. 동시에 머지않은 연말 인사와 내년 사업전략 수립,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신규 사업 구상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오너 3·4세들은 올해 추석 연휴 별다른 일정 없이 조용히 지내며 하반기 경영구상에 전념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에 시달리면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경기침체 우려로 하반기 실적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영향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경영 전면에 나선 대기업 오너 3·4세들의 경우 경영 성과가 승계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어 신사업 등 미래전략 구상에 더욱 공을 들일 수 밖에 없다.

    최근 승진하며 차기 리더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자택에서 사업재편과 향후 그룹 방향성을 구상할 계획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한화그룹의 사장단 인사를 통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한화 전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한화그룹의 3대 주력사업인 ▲우주항공·방산 ▲에너지·소재 ▲금융 가운데 2개 부문을 직접 이끌게 된 것이다. 

    한화그룹은 그 어떤 그룹보다도 변화의 중심에 서 있어 김 부회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한화그룹은 석유화학과 에너지 부문 계열사를 중심으로 일찌감치 비상경영에 돌입한데 이어 최근에는 계열사 3곳에 분산돼 있던 방산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하는 사업재편을 단행하는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특히 김 부회장은 태양광 등 그린에너지 현안을 챙기면서 우주항공사업의 중장기 전략과 투자 등을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근 7600억원 투자를 발표하는 등 태양광 소재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기선 HD현대·한국조선해양 사장은 8일까지 예정된 이탈리아 밀라노 가스텍 일정을 소화한다. 이후 국내에서 휴식을 취하며 미래 신사업 현안을 점검하고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정 사장은 지난해 10월 HD현대(과거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자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대표에 오르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지난 2013년 경영 참여 이후 9년 만에 권오갑 회장과 함께 지주사의 공동 대표를 맡으면서 3세 경영을 본격화한 셈이다. 경영 지휘봉을 잡은 그는 수소·로봇 등 신사업 부문을 총괄하면서 회사의 신성장동력 발굴과 미래 성장 전략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은 7월 주요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열어 기존 경영 전략을 다시 검토하는가 하면 최근 건설기계 3사(현대제뉴인·현대두산인프라코어·현대건설기계)가 비상경영을 선포하는 등 녹록지 않은 상황에 직면해있어 하반기 경영전략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올해 초 주력 계열사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그룹의 핵심사업을 이끌게 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도 추석 연휴 기간 경영현황에 대해 점검하고 신사업 육성 전략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3월 조 회장은 스판덱스 점유율 세계 1위 기업인 효성티앤씨의 사내이사에, 조 회장의 친동생인 조현상 부회장 역시 타이어코드 세계 1위인 효성첨단소재의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며 영향력을 확대한 바 있다. 

    특히 최근 그룹차원에서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효성티앤씨는 국내 최초로 수소탱크 소재용 나일론을 개발하는가 하면 최근 베트남 동나이 지역에 나이론 법인을 새로 만드는 등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효성중공업과 효성첨단소재 등을 중심으로 전그룹사가 수소의 생산부터 유통, 관련 상품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 완성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밖에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과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등 오너 3·4세도 국내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재계 관계자는 “차기 경영자로 여겨지는 대기업 오너 3·4세들에게 올해 하반기는 이전에 경험할 수 없었던 어려운 시기일 것”이라면서 “복합 위기 속에서 선대 회장들이 어떤 행보를 통해 능력을 입증하고 인정받아 올 수 있었는지 고찰이 필요한 시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