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재계 반발에도 여당 강행 처리사용자 범위 무분별 확대… 기업 경쟁력 저하하청노조, 잇단 원청교섭 요구… 부작용 현실화노사갈등 심화·고용 및 투자 위축 등 산업계 혼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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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관련 반대 무제한토론을 하고 있다. ⓒ뉴시스
노동조합법 2·3조를 개정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경제산업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이 법안은 노동자 권익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사용자 범위의 무분별한 확대와 손해배상 제한으로 원·하청 생태계를 붕괴시킬 수 있어 기업들의 우려와 논란이 잇따랐다.경제계는 노란봉투법에 사용자 방어권과 같은 보완 장치를 포함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법안은 정부 여당의 주도로 입법이 강행됐다. 하청노조의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노사갈등도 더욱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24일 업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이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주도로 표결 처리됐다. 노란봉투법은 민주당 주도로 지난달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등을 통과해 전날 본회의에 상정됐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산업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재계 우려 등을 근거로 들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섰지만, 이날 오전 정부 여당은 법안을 끝내 강행 처리했다.경제계 '최소한의 보완책 마련' 호소 묵살… '경영활동'까지 파업 대상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근로 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 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해 원청의 하청과의 노사 교섭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 것은 물론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과 관련해서도 파업할 수 있도록 하며, ‘부득이한 손해’에는 배상책임을 면제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노란봉투법이 노동자 권익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사용자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 입법 과정에서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두 차례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폐기하기도 했다.경영계에선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이 근로자에 부담이 된다’는 노란봉투법 취지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상한을 시행령에서 별도로 정하고, 사용자 범위는 현행법을 유지하고, 노동쟁의 대상에서 ‘사업 경영상 결정’ 만은 반드시 제외해달라고 호소하는 등 노란봉투법에 사용자 방어권과 같은 보완 장치를 포함할 것을 요구했지만,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지난 19일 국회 본관 앞에서 ‘노동조합법 개정 반대 경제계 결의대회’를 열고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할 경우 1년 내내 협력업체 노조의 교섭 요구나 파업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법안의 보완을 호소한 바 있다.경제계는 노란봉투법이 헌법상 보장된 경영권을 침해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영권의 본질적 사항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용자의 고유 권한인데, 투자 결정,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까지 협상 대상이 돼 기업 경영이 사실상 마비될 수 있어서다. 특히 다수의 형사처벌 조항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모호한 사용자 지위 기준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법조계 지적도 나온다. -
- ▲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6단체와 지방경총 및 업종별 단체가 19일 오후 2시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과 함께 '노동조합법 개정 반대' 경제계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경총
노란봉투법 강행으로 산업생태계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계에선 노란봉투법에 대해 모호한 사용자 범위 기준은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본다. 미국상공회의소(AmCham) 역시 노란봉투법이 ‘원청에 대한 과도한 책임 전가와 법적 불확실성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제조·IT·서비스업 전방위 ‘직접 교섭’ 요구 확산… 韓, '갈등의 시대'로이같은 우려에도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법안 통과에 앞서 이미 하청노조들이 잇따라 본청에 직접 교섭을 촉구하고 나선 것으로, 노란봉투법의 직접 타격이 불가피한 제조업은 물론 IT, 서비스업종 등 산업 전반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급증할 전망이다.현대제철 하청업체 근로자로 구성된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현대제철 하청 노조)는 오는 25일 국회 앞에서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한다. 현대제철 하청 노조는 이 자리에서 현대제철 측에 직접 교섭, 손해배상 청구 철회를 촉구할 예정이다. 국회에는 현대제철 경영진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라고 요구한다는 계획이다.네이버 산하 6개 자회사 노조는 원청인 네이버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집회를 27일 경기 성남 네이버 본사 앞에서 열 계획이다. 웹툰작가나 택시·대리기사들이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할 가능성도 커진다. 앞서 일부 웹툰작가들은 노조법상 근로자 지위를 주장하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이 이를 거부했다.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도 원청인 롯데쇼핑·신세계·현대백화점 등 기업이 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에 해당한다며 업무 전가와 휴일 도입 등 문제를 직접 해결하라고 주장했다. LG전자 가전 유지·보수 자회사 노동자들도 “진짜 사장인 LG전자와 교섭하겠다”며 직접 교섭을 요구 중이며, 국내 주요 조선소 사업장 노조로 구성된 조선업종노조연대도 지난달 원·하청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HD현대·한화오션 등 원청에 공동 교섭을 촉구했다.노란봉투법 통과로 노사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상의가 소플(국민과 기업들의 소통 플랫폼)을 통해 국민 1200명을 대상으로 노동조합법(일명 '노란봉투법')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산업현장 노사갈등은 어떻게 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국민 76.4%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보다 완화될 것”이라고 답한 국민은 23.6%였다.경제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걱정했다. 같은 기간 600개 국내기업, 167개 외국인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외 기업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협업체제 계약조건 변경 및 거래처 다변화(45.0%)”, “국내사업 축소·철수까지 고려(40.6%)”, “해외사업 비중 확대(30.1%)”를 우려했다. 이는 투자 위축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산업현장은 파업에 따른 근로 손실일수가 선진국보다 많고, 강성노조의 폭력과 파괴, 사업장 점거 등 불법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노란봉투법으로 불법적 수단에 의한 사업장 점거·설비 파손·위법 행위 등이 발생하더라도 피해보상이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마저 없애버린 꼴”이라고 지적했다.이어 “기업의 구조조정과 해외 투자까지 쟁의행위 대상이 돼 기업의 중대한 경영상 의사결정조차 파업과 실력행사로 가로막힐 수 있게 됐다”면서 “이는 단순히 기업의 경영권 문제를 넘어 글로벌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산업 전체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적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