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이어 상법 2차 개정 여당 주도 강행 처리소수주주 보호 실익 크지 않아… 기업경쟁력 후퇴 우려이사회 파벌화·투기자본에 경영권 방어 급급할 수 밖에경제계 "경영판단 명문화·배임죄 개선"… 균형입법 호소
  • ▲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 센' 상법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 센' 상법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에 이어 ‘더 센 상법’으로 불리는 상법 2차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잇단 ‘기업 옥죄기’ 법안들의 도입으로 재계는 충격에 빠졌다. 기업의 우려와 법안 보완 요구는 무시된 채 입법이 강행,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차 상법개정안은 소수 주주 보호와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외부 세력의 무분별한 경영 개입을 유도, 이사회 파벌화로 기업 의사결정이 방해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경영 불안정성을 심화시키고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상정된 2차 상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부터 진행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표결로 종결시키고, 2차 상법개정안을 국회 표결에서 통과시켰다. 상법개정안 통과로 방송3법, 노란봉투법 등 5개 쟁점 법안을 놓고 이달 초부터 이어진 여야 필리버스터 대결도 일단락됐다.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규제 한층 강화

    2차 상법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대상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달 3일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1차 상법개정안(이사 충실의무 확대, 최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등)의 후속으로 추진됐다.

    전날 야당 주도로 노란봉투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더 센’ 상법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으며 기업 경영환경도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됐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경영계에선 사용자 방어권과 같은 보완 장치 마련과 함께 노동쟁의 대상에서 ‘사업 경영상 결정’만은 반드시 제외해달라고 호소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까지 파업 대상에 포함되면서 경영 자율성도 크게 훼손될 위기에 놓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차 상법개정안마저 국회를 통과하자 기업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2차 상법개정안이 ‘기업의 투명한 지배구조’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오히려 기업 자율성과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산 2조 이상 상장사에 도입을 의무화한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보유한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집중시켜 소수 주주의 권리를 강화하는 제도다.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 시 1주당 선임할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부여하며, 이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 투표할 수 있다.

    집중투표제 도입 시 이사회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진입을 유도, 이사회가 파벌화될 위험이 제기된다. 이로 인해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경영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경영권 방어를 위한 법률 자문 및 소송 비용이 증가해 기업의 재무 부담 또한 증대할 수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해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제도로 이번 상법개정을 통해 분리선출 감사위원이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게 됐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감사위원을 다른 이사들과 분리 선임, 외부 주주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2020년 도입됐다.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으로 외국 투기자본이 감사위원 자리를 장악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거 소버린 사태처럼 외국 자본이 배당 확대와 자산 매각 등 단기 이익을 요구하며 기업의 장기 전략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 서울 광화문 일대 빌딩들. ⓒ뉴데일리
    ▲ 서울 광화문 일대 빌딩들. ⓒ뉴데일리
    "투기자본 먹잇감" 우려… 대기업 '경영권 방어' 위기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8단체도 “사업재편 반대, 주요 자산 매각 등 해외 투기자본의 무리한 요구로 이어져 주력산업의 구조조정과 새로운 성장동력 확충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호소했지만 경제계 목소리는 끝내 외면당했다.

    아울러 다수 대기업이 외부 세력의 먹잇감으로 노출되게 됐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오너가 있는 자산 상위 50대 그룹의 상장사 중 오너일가 지분이 존재하는 계열사 130곳을 분석한 결과, 평균 5.8명의 오너 일가·1.1개 계열사·0.6개 공익재단이 포함된 이들의 우호 지분율은 40.8%인 것으로 집계됐다.

    리더스인덱스는 “1차 상법개정에서 이미 통과된 합산 3%룰과 이번 2차 개정안에 담긴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가 모두 적용되면 40.8% 중 37.8%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고 분석했다.

    1차 상법 개정 때 포함된 합산 3%룰은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합산해 발행주식 총수의 3%로 제한하고 있다. 1차에 이어 2차 상법개정안까지 적용되면 오너 일가 여러 명이 지분을 나눠서 들고 있어도, 대부분이 감사위원 선출에서 표를 쓰지 못하는 등 사실상 우호표가 크게 줄어든다는 게 리더스인덱스의 설명이다.

    자산 2조 이상 상장사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기업으로 올라서는 것을 꺼리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도 심화할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300개 상장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상법개정에 따른 기업 영향 및 개선방안 조사’ 결과 상장기업 76.7%는 2차 상법 개정안이 자산 2조원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기업의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응답했다.

    대한상의는 2023년말 기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은 301개인 반면,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의 회귀는 574개로, 회귀기업이 273개 더 많아 이미 ‘중소→중견’ 성장 메커니즘에 문제인 상황인데, 2차 상법이 개정되면 ‘중견→대기업’ 성장 메커니즘에도 심각한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기업들이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지원은 줄고 규제는 늘기 때문에 대기업으로 올라서는 것을 꺼리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을 느끼는 것이다. 대한상의가 조사한 결과 중견기업 24%는 ‘피터팬 증후군’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들은 조세부담 증가와 정책금융 축소 등을 가장 부담스러워했다.

    업계 관계자는 “추가적인 상법개정은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우리 기업들을 무방비로 노출할 수 있다”며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악화와 가치 하락을 초래해 결국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계는 상법개정안 통과에 대해 공동입장문을 내고 “지난 7월 1차 상법개정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추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상법개정으로 경영권 분쟁 및 소송리스크가 증가할 가능성이 큰 만큼 국회는 입법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균형 있는 입법에 힘써주길 바란다”면서 “우선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경영권 방어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미래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경영판단원칙’을 명문화하고,‘배임죄’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기업이 혁신과 성장에 매진할 수 있도록 경제형벌과 기업규모별 차등규제‧인센티브를 대대적으로 정비해 나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 및 2차 상법개정안 추진을 ‘경제내란법’ 입법 폭주로 규정, 헌법소원 등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송언석 의원은 “기업 투자 의욕 교란으로 한국 경제 경쟁력 훼손”이라며 헌법재판소 제소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