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탄소중립 이행 위한 합리적인 규제 개선’ 세미나 개최
  • ▲ 대한상의가 14일 개최한 '제3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대한상공회의소
    ▲ 대한상의가 14일 개최한 '제3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탄소중립 이행과 관련해 기업들이 앞장설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인센티브를 요청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제3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 개회사에서 최 회장은 “기후위기의 원인 제공자가 기업이니 기업들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들 하지만 기업을 피동적으로 다루는 형태가 되면 기업들은 수비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들이 탄소배출을) 더 줄일 여력이 있는 데도 더 줄일 인센티브는 없다”며 “탄소 배출권거래제를 기업이 저탄소 배출구조로 혁신적 전환을 유도할 만큼의 유인책이라고 할 수 있는지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업이 탄소중립 이행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보다 잘하려면 정부의 성과 보상에 기반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정부의 지원책 마련을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 기업, 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 주요인사 200여명이 참석해 산업부문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RE100, 순환경제 정책 등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참석자들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서는 정부의 명확한 정책 시그널과 인센티브 확대로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조강연에 나선 이창훈 한국환경연구원 원장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 세계 탄소중립 투자 규모가 2030년 5조 달러(약 69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는 등 탄소중립은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것”이라며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서는 배출권거래시장·전력시장 정상화로 적정한 탄소가격과 전기요금을 이루고 사회 전체의 탄소감축, 전기절약, 탄소중립 기술 확산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과제로 ▲배출권거래시장 안정화를 위한 배출권 가격 급등락 시 정부 개입 기준 명문화 ▲전력 소매시장 경쟁체제 도입 ▲주민 주도형 태양광발전사업 지원 등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배출권거래제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업의 탄소감축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과도한 시장개입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과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섬세한 정책 추진에 나서야 한다는 관점이 맞섰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오형나 경희대 교수는 “배출권거래제의 정상 작동을 위해서는 감축 투자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며 세제·금융지원, 핵심 감축기술 투자에 대한 수익보장제도 도입, 자발적 탄소시장의 제도권 활용 검토, 할당에 대한 불확실성 최소화 등을 제안했다.

    이후 토론에서 김용건 한국환경연구원 기후대기연구본부장은 “2050 탄소중립과 2030 NDC 달성을 위해 탄소시장의 역할 확대가 가장 중요하며 유상할당을 늘리고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을 줄여 배출권거래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의 개입없이 시장에만 거래를 맡길 경우 기업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김경식 고철연구소장은 “배출권거래시장을 정부 개입 없이 시장수요에만 맡겨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기업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증권사 등 제3자 시장참여를 허용하고 선물시장, 금융상품을 도입하는 것은 배출권가격을 지나치게 높일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지웅 부경대 교수는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하나의 정책에만 의존하지 않는 섬세한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며 “배출권거래제 고도화를 위한 노력은 지속하되 기업의 자발적 노력을 진작하는 자발적 탄소감축시장도 유효한 방식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안세창 환경부 기후변화정책관은 “배출권거래제 선진화 협의체 등 소통 창구를 통해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050년까지 기업 사용 전력량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캠페인 ‘RE100’ 참여 확대를 유도할 방안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

    이상준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 탈탄소화에 주력하면서 협력사에게 RE100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RE100 이행 여건이 불리한 편인데 각종 지원제도와 함께 기업이 쉽게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거래 기반과 관련 보험, 계약 시장이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우삼 기업재생에너지재단 상임이사는 “기업이 재생에너지 조달에 걱정 없이 기업 활동에 전념하도록 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시설 인허가 규제 개선, 전력인프라 확충, 재생에너지 전력 거래 전면 허용 등을 제안했다.

    여러 부처가 관리하고 있어 제약이 많은 폐플라스틱,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관련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조지혜 한국환경연구원 자원순환연구실장은 “기업들이 중점 추진하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와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사업 관련 법령을 여러 부처가 관장하고 있어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는 만큼 정책 간 연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향후 이 세미나를 2회 더 개최한 뒤 제기된 각계 전문가·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할 방침이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앞으로 세미나를 두 차례 더 개최할 예정이며 기술혁신 기반조성, 수소경제, 국민 참여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정부, 산업계, 학계, NGO 등 각계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대안을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