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반도체 장비 반입 막아선 美美장비사 납품 중단 방침 통보로 '현실화'"당장 영향 없다"지만 리스크 여전... 韓 반도체 전방위서 긴장감자꾸 늘어가는 中 변수에 '중장기 전략 수립 난항'
  • ▲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캠퍼스 클린룸 전경 ⓒSK하이닉스뉴스룸
    ▲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캠퍼스 클린룸 전경 ⓒSK하이닉스뉴스룸
    미국이 다시 중국에 규제 수위를 높이면서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한국기업 공장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이미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가 중국 기반 고객사에 납품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12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계측장비 회사인 KLA가 SK하이닉스를 포함해 중국에 기반을 둔 고객사들에 장비 납품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KLA가 이번에 납품 중단을 선언한 장비는 18나노미터(nm) 이하 D램과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등 고급 로직 칩에 사용되는 것이다. 로이터는 이 같은 납품 중단 통보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하는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준수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KLA의 이같은 조치에 업계에선 일단 상황을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미국 장비사들이 정부의 규제에 따르는 기본 원칙을 사전에 통보해 실제 장비 납품 시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서류 준비 등의 절차에 대비하는 차원일 수 있다고 해석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번 KLA와 같은 조치는 장비를 납품받는 반도체 제조사 측 뿐만 아니라 장비사 자신들도 타격이 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사전에 법적 방어막을 치는 작업으로 풀이된다"며 "장비업체들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납품하기 위해서 경쟁하는 처지에 강력하게 납품 중단을 선언할 상황이 못 된다"고 말했다.

    이런 여건과 맞물려 미국 정부와 우리 정부도 삼성과 SK가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데 최대한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표하고 있어 당장은 미국의 규제 여파가 국내 기업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번 미국의 규제에 대해 "중국 내 한국공장에 공급되는 장비에 대해선 차질없이 공급이 이뤄지도록 허가 절차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해 벌써 몇 년째 압박 수위를 높이며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 자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큰 변수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부인하긴 어려워보인다. 당장은 생산에 차질이 없다고는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이 같은 대외상황이 이어진다고 보면 중국사업 자체에 대한 리스크는 여전히 회사가 안고 가야할 몫으로 남는다.

    당장 이번 미국의 규제로 내년 이후 중국 현지 생산공장 관련 투자 계획을 새로 짜는데 삼성과 SK가 고민을 거듭할 수 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에서 삼성과 SK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해 상황에 맞는 투자안을 추진하겠지만 여기에 추가적으로 고려할 사안들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이렇게 중국이 계속 미국의 규제에 발목 잡히게 되면 최악의 경우 삼성과 SK도 중국 공장을 운영하는 전략 전반에 대해 재검토하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미 국내와 미국 등지에 신규 공장 건설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 대한 리스크가 일정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되면 중장기적으로 중국 외의 생산기지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