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인사 통해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보직 변경글로벌 식품 사업 전략기획 및 신사업 투자 이끌 듯플랜테이블 성공 관건… CJ㈜ 지분 매입‧자금확보 과제
  • ▲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CJ
    ▲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CJ
    CJ그룹 오너일가 3세인 이선호 경영리더가 핵심 계열사의 중책에 오르면서 향후 행보에 시선이 쏠린다. 그는 식물성 식품 등 미래 핵심 먹거리 사업을 육성하고 그룹 내 입지를 확보, 승계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CJ는 최근 임원 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이선호 식품전략기획1 담당 경영리더의 보직을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변경했다. 

    CJ제일제당 측은 “이선호 경영리더는 식품전략기획1담당으로 있으면서 미국 슈완스 법인과 CJFood 법인을 성공적으로 통합하는 등 미주사업 대형화의 기반을 구축하고, 식물성 식품 사업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및 식품 사업의 구조적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성과를 인정받았다”고 보직변경 배경을 설명했다.

    식품성장추진실은 CJ제일제당의 글로벌 공략 핵심 거점으로 올해 초 신설됐다. 만두, 김치, 치킨 등 CJ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데 있어 핵심이 될 제품들을 통해 성장을 이끄는 역할을 해왔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올해 초 본사조직을 글로벌 헤드쿼터(HQ)와 한국 식품 사업으로 이원화, K푸드 중심 글로벌 식품종합회사로의 도약을 추진해온 바 있다. 

    산하에 전략기획1담당과 2담당을 분리해 두고 있었지만 이 경영리더가 실장에 오르며 1, 2 담당 모두를 총괄하게 된다. 이 실장은 향후 미주‧유럽‧아태지역을 포괄하는 글로벌 식품사업 성장을 위한 전략기획과 신사업 투자 등을 담당하며 사내벤처‧외부 스타트업 협업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경영리더로 승진한지 1년 만에 담당급에서 실장급 임원으로 변경되며 사실상 초고속 승진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경영복귀 이후 이 경영리더의 영향력 확대가 속도감 있게 이뤄지는 모양새다. 

    1990년생인 이 경영리더는 2013년 그룹 공채에서 신입사원으로 CJ제일제당에 입사해 2017년 부장으로 승진, 바이오사업팀과 식품전략기획팀을 거쳤다. 그러나 2019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정직 처분을 받은 후 작년 1월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 부장으로 복귀했다. 

    이후 지난해 연말 정기인사에서 경영리더로 승진했다. 그는 그해 9월에 체결된 비비고와 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의 글로벌 마케팅 계약을 주도하고, 12월에는 비건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론칭하는 등 행보를 보여왔다. 

    재계에서는 이선호 경영리더의 승계 입지를 다지는 작업이 본격화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25년까지 플랜테이블의 매출을 2000억원 달성하고 해외 시장에서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내겠다 공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비건 만두와 김치를 시작으로 떡갈비, 함박스테이크 등 제품라인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 경영리더는 플랜테이블 사업 관련 실무진과 의사결정의 모든 과정을 함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의 성과라 봐도 무방하다. 

    식물성 식품사업은 CJ그룹 4대 성장 엔진의 웰니스(Wellness),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과 연결되는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지난해 이재현 회장은 문화‧플랫폼‧웰니스‧지속가능성을 4대 성장엔진으로 정하고 3년간 10조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영리더가 글로벌 시장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는 경우 승계 입지도 자연스레 탄탄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경영 성과와는 별개로 지주사인 CJ㈜ 지분 매입과 이를 위한 자금 확보도 과제가 될 전망이다. 

    현재 이선호 경영리더가 보유 중인 CJ㈜ 지분은 5.87%다. 단 이는 2029년에 CJ 신형우선주( CJ4우)가 보통주로 전환돼야 가능한 수치다. 보통주로만 보면 현재는 2.87%에 불과하다. 통상 안정적 경영권 확보를 위해 30% 이상 지주사 지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지분 취득에 필요한 금액만 2000억원에 달한다. 25일 종가 CJ 보통주 1주당 7만1300원을 반영한 금액이다. 이재현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는다고 해도 상속세만 수천억원이 넘는다. 

    재원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승계 자금줄로 지목되는 CJ올리브영의 상장은 일시 중단된 상태다. 앞서 CJ올리브영은 올해 하반기IPO 추진을 목표로 지난해 11월 대표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기업공개(IPO) 절차를 이어왔다. 

    그러나 국내외 증시가 얼어붙으며 온전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 상장을 무기한 연기했다. 그간 이선호‧이경후 경영리더는 보유 중인 CJ올리브영 주식을 처분해 CJ4우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늘려온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선호 경영리더는 이번 보직변경으로 임무와 책임이 더해지면서 승계 입지를 다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올리브영 상장이 미뤄지고 있지만 아직은 나이가 어린 만큼 시간은 충분하다”며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고 있는만큼 과거 사건 사고를 만회하면서 차세대 경영인으로서 기업가 정신을 내외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 찾아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