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적 이슈를… 실효성 없어 MB 정부서도 끝내 무산"가격 공개 자체가 오히려 '담합' 소지 키울 수 있어"국내 기름 값, 이미 OECD 최저 수준… 작년 기준 80% 수준정유사 매출 '70%' 이상 '수출'… "활력 잃으면 오히려 국가 경제 큰 손실"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정부가 휘발유-경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도매가격 공개 방안을 정식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내달 심의를 다시 열고 재논의할 예정이다. 정유업계는 우선 한숨 돌렸지만, 최근 횡재세 논란에 이어 또 다른 악재에 부딪히게 됐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말 오후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 경제1분과위원회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 중인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찬반 양측은 장시간 논쟁을 이어갔지만 끝내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다.

    이에 규개위는 내달 10일 재심의를 열기로 잠정 결정했다. 만일 규개위를 통과하면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 절차만 남게 된다. 

    개정안은 현재 공개 중인 전국 평균 도매가를 광역시-도 단위로 세분하고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유류 도매가격을 공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판매 대상 및 지역별 가격을 주-월 단위로 판매량과 함께 산업부 장관에게 보고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산업부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지역별 가격 편차가 줄고, 정유사 간 경쟁이 치열해져 궁극적으로 기름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다른 업체의 전략을 참고해 가격이 상향 동조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2009년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한 차례 추진됐지만, 당시 '가격 공개 자체가 되레 담합의 소지를 키울 수 있다'는 이유로 규개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영업비밀 침해다.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해와 가공해 되파는 다운스트림 구조이기에 도매가격엔 핵심 영업기밀이 들어있다. 구매 원가, 각종 제반 비용, 시장점유율 위한 마케팅 비용이 망라된 도매가격이 공개되면 경영 전략과 설비 생산 능력이 노출될 수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석유 및 석유대체원료사업법 38조2항은 "산업부장관은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석유정제업자-석유수출입업자 및 석유판매업자의 석유제품 판매가격을 공개한다"고 서술한다. 이는 헌법 제126조 사영 기업의 경영권에 대한 불간섭 원칙에 기초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가격 결정에 개입하는 것은 기업활동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규제강화로 업체간 경쟁이 저해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이번 윤석열 청와대 인물 상당 수가 이명박 대통령 시절 인사들이 유입되면서 해묵은 내용을 다시금 들고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다른 국가들에 비해 과도한 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은 각 정유사별 소매가격을 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에 실시간 공개한다. 미국, 일본 등 석유시장이 자유화된 국가에서는 개별 정유사 가격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국내 정유사들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으로 기름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휘발유, 경유 가격은 OECD 평균대비 약 80% 수준이다.

    지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정유업계 평균 이익률은 1%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국내 40대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6.3%에 달했다. 추가적 가격 인하 압박은 과도한 경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업계는 매출의 70% 안팎을 수출로 벌어들이고 있다"며 "수출품목 2위에 해당하는 정유산업이 활력을 잃으면 오히려 국가 경제가 큰 손실을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