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보다 조금만 온도 낮아져도 '증상 악화'질병코드도 없는 극희귀질환 대책 필요장준호 교수 "치료제 진입 위해 인식제고 필수"
  • ▲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8일 열린 한랭응집소병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8일 열린 한랭응집소병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사각지대에 놓인 '한랭응집소병'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100만명당 약 1명 발생한다고 추정되지만, 질병코드도 없어 국내에 얼마나 환자가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마땅한 치료제도 없다. 
     
    8일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가 진행한 한랭응집소병(Cold agglutinin disease, CAD) 세미나 자료에 따르면, 이 질환은 적혈구 파괴가 지속·반복되는 극희귀 자가면역 혈액 질환이다.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빈혈 및 혈전성 합병증을 유발한다. 진단 후 5년 간 사망률이 3배 증가하며, 생존여명은 8.5년에 그친다. 

    이날 발표에 나선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진단 5년 후 환자 10명 중 4명 가량이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됐는데, 이는 암 사망률 그래프와 유사하다. 상당히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며 사회적 부담이 큰 질환이다"고 말했다.

    특히 한랭응집소병 환자의 혈전 발병률은 1000명 당 30.4명으로 비(非) 한랭응집소병 인구 대비 2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혈전 색전증은 1년 사망률이 20%에 달하는 치명적인 합병증이다.

    ◆ 온도가 조금만 낮아져도 고통이 찾아온다

    한랭응집소병 환자는 ‘온도 감옥’에 갇힌다. 체온보다 조금만 낮은 온도에서도 암 환자 수준의 피로 및 신체적, 사회적, 심리적 고통을 받아 일상생활에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이 병은 여름에는 에어컨, 겨울에는 낮은 외부온도에 영향을 받아 증상이 악화된다"며 "환자들은 직장생활은 물론 빨래나 요리, 가벼운 집안일조차 어려울 정도의 피로감으로 평범한 일상 유지조차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랭응집소병 환자의 피로감 점수(FACIT-Fatigue score)는 32.5점으로 삶의 질을 열악하게 만드는 수준이며, 이는 진행성 암 환자의 피로감 점수(28-39점)와 유사한 수준이다.

    대다수 한랭응집소병 환자들이 관절통, 두통 등의 통증을 경험하며 이는 일상생활을 저해하는 주요한 증상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증상들로 인해 한랭응집소병 환자의 다수가 우울과 불안 증세를 겪으며, 이는 의학적 관리가 필요한 수준으로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치료법 부재, 질병관리 부담 증가 

    한랭응집소병에는 국내 허가된 치료법이 없다. 허가된 약이 없기 때문에 치료가 상당히 제한적이다. 환자들은 한랭응집소병 치료에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미허가 약제를 고려해야 한다. 

    허가되지 않은 약제를 고려하는 것은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위험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치료 효과 또한 일시적이거나 충분치 않아 미봉책일 뿐이다.

    중증 빈혈을 동반한 한랭응집소병 환자 중 절반 가량은 증상 완화 및 생존을 위해 임시방편인 수혈에 의존해야 한다, 

    사노피가 개발한 ‘수팀리맙'(sutimlimab)’ 성분의 의약품은 미국, 일본, 유럽에서 치료제로 허가됐으나 국내에선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장 교수는 "치료제를 쓰면 큰 증상 없이 살 수 있는 질환인데도 사망률이 높은 상황"이라며 "신속히 국내에 진입하기 위해선 한랭응집소병 같은 희귀질환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