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금융위 토큰증권 세부 지침 예의주시…신사업 모색 중ST 상용화 시 증권사‧운용사 경계 사라질 것이란 전망 나와부동산 등 실물자산 토큰화 시 펀드 인기 시들 것이란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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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권사들이 속속들이 토큰증권(ST)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자산운용사들도 관련 사업을 통해 신사업 기회를 확대할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일각에서는 토큰증권이 상용화될 경우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간 경계선이 희미해져 운용사의 영역을 증권사가 침범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향후 펀드를 토큰증권화할 수 있는지 여부가 운용사의 수익성을 지킬 관건이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22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운용사들은 아직 ST와 관련해서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인가 요건 등 세부 사항이 담긴 법률 개정 결과를 지켜본 후 해당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ST가 아직 운용사 업무의 영역이 아니다 보니 현재 구체적인 사업을 구상할 수 없는 상태"라며 "토큰증권 관련 전자증권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올 상반기 제출되면 곧바로 관련 사업에서 운용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비트코인이 유행할 당시 비트코인을 펀드에 담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가 있었다가 사라진 것처럼, 지금으로선 현업에서 제스처를 취할 수 없는 상태"라며 "관련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나와야 사업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토큰증권이 상용화될 경우 자산운용사들의 먹거리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증권사가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 업무를 모두 맡게 되면 운용과 판매로 분리된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역할의 경계선이 모호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ST는 음원 저작권이나 미술품, 부동산 등 실물자산의 권리를 잘게 쪼개 '토큰화'해 발행하는 증권을 말한다. 자산을 직접 조각내 판매하는 조각투자가 지금보다 더 상용화될 경우 투자자들은 펀드 투자의 매력을 잃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는 기본적으로 고객들로부터 돈을 모아 이를 가지고 펀드를 만들어 운용하는 곳"이라며 "자산을 조각내 직접 투자하는 일이 쉬워지면 굳이 운용사를 거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부동산, 선박, 금‧은 등 실물‧현물 자산을 기반으로 한 펀드들이 주목받았으나, ST는 실물자산부터 지식재산권 같은 무형자산까지 투자 대상이 된다"라며 "쉽게 말해 펀드의 장점이 지금보다 줄어들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상 자산운용사가 ST 계좌관리기관에 해당하지 않는 점도 운용사에게 불리한 요소로 꼽힌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이드라인상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요건이나 장외거래중개업 요건을 충족할 경우 운용사도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 과정에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라며 "다만 유통시장 운영 측면에서는 MTS와 같은 플랫폼을 보유한 증권사 대비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펀드를 토큰증권화할 수 있는지 여부가 자산운용사가 ST 분야에서 사업모델을 가져갈 수 있는 핵심 요소로 꼽았다.

    홍 연구원은 "운용사의 사업모델상 펀드를 토큰증권화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라며 "펀드가 해당하는 수익증권이 토큰증권화 가능하다고 당국이 밝히고 있으며,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했던 조각투자 업체들도 모두 수익증권 형태로 토큰증권을 발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토큰증권도 발행 형태만 다를 뿐 실질은 증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토큰을 담는 펀드‧상장지수펀드(ETF)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라며 "이를 위해선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