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논란으로 기존 고객들 불만 고조현대차 "대부분의 사안 OTA로 해결 가능"정의선 회장 '품질경영' 기조에 역행
  • ▲ 신형 그랜저 출시 후 무상수리 및 리콜 현황 ⓒ뉴데일리DB
    ▲ 신형 그랜저 출시 후 무상수리 및 리콜 현황 ⓒ뉴데일리DB
    “신형 그랜저를 사려고 하는데 주변에서 결함이 너무 많다고 합니다. 차를 사야 할지 너무나 고민이 됩니다.” 

    “얼마 전 그랜저를 계약했습니다. 출고까지 몇 개월 남았는데, 기존 결함들은 다 고쳐지고 차량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드네요.”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 신형 그랜저가 최근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무상수리 11회, 리콜 2회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신형 그랜저는 올해 1월 9131대, 2월 9817대, 3월 1만911대, 4월 9997대 등 월 1만대 내외의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무상수리와 리콜이 반복되면서 기존 고객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으며, 계약을 고민하는 고객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올해 1월부터 일부 차량에서 D단에서 정차 중 P단으로 바뀌면서 저절로 시동이 꺼진다거나 일정 조건에서 차폭등이 점등되지 않는 현상 등이 발견됐다. 

    또한 타이어 공기압 주입기(TMK)에서 실런트액이 누유되거나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배터리 제어시스템(BMS) 소프트웨어 변수 초기화 오류로 인한 배터리 방전으로 무상수리가 이뤄지기도 했다. 
  • ▲ 현대차가 최근 신행 그랜저 고객들에게 보낸 무상수리 통지문. ⓒ그랜저 동호회 캡쳐
    ▲ 현대차가 최근 신행 그랜저 고객들에게 보낸 무상수리 통지문. ⓒ그랜저 동호회 캡쳐
    전방충돌방지보조(FCA) 기능이 만감하게 작용해 저속 주행 시 간헐적인 긴급제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리콜도 두 차례나 진행됐다. 우선 올해 3월 30일 신형 그랜저 5569대(미판매 433대 포함), 그랜저 하이브리드 1440대(미판매 31대 포함) 1409대 등 총 7009대에서 차량 제어장치와 주차센서 간의 통신 불량으로 주차 거리경고 기능이 미작동했다. 

    이로 인해 후진 시 후방에 있는 물체와 충돌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자발적인 시정조치(리콜)에 돌입했다.  

    4월 21일에도 그랜저 하이브리드 1만4316대에서 전자식 브레이크 소프트웨어 설정 오류로 인해 리콜이 진행됐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SCC) 기능 주행 중 오르막 경사로에서 앞 차량의 정차로 인한 차량 정차 시 후방 밀림 현상이 발생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돼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랜저 인터넷 동호회 등에서는 ‘결함이 없는 차를 받으려면 뽑기 운이 좋아야 한다’거나 ‘출시 1년 정도 지나서 차량 검증 여부를 보고 구매를 결정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이에 대해 무상수리와 리콜이 진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사안을 보면 안전에 치명적인 내용이 아니라 OTA(Over the air,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 신형 그랜저의 내부 모습. 
 ⓒ김재홍 기자
    ▲ 신형 그랜저의 내부 모습. ⓒ김재홍 기자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에 대해 최근 자동차 업계 흐름이 SDV(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진화하는 자동차)로 변화하면서 발생한 과도기적인 현상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가 점차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면서 전자 모듈 등으로 차량을 제어하는 부분이 많아졌다”면서 “이에 따라 과거에는 잡히지 않았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랜저가 실험적인 콘셉트카가 아니라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현재 논란은 그랜저를 넘어 현대차의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품질 경영’ 방침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앞서 정 회장은 2021년 신년사에서 품질 혁신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모든 활동은 고객존중의 첫걸음인 품질과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품질과 안전에 대해서는 다른 어떤 것과 타협하지 않는 자세로 완벽함을 추구할 때 비로소 고객이 우리를 신뢰할 수 있다”며 언급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아이오닉6 등 경쟁력 높은 전기차 모델을 통해 전동화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에 대한 기대 수준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번 논란을 신뢰 회복의 계기로 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