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투자일임업 전면 허용해 달라"… 금융위 "종합 검토"

국내 은행권의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 증권업계의 핵심업무 중 하나인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금융위원회는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제8차 실무작업반'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은행권 비이자수익 비중 확대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11일 밝혔다.

은행연합회 발표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비자이이익 비중은 12.0% 수준으로 미국은행(30.1%)과 큰 격차를 보였다. 외환수입수수료, 펀드·방카판매수수료 등 수수료 수익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예대마진 중심의 수익구조 탈피를 위해 투자일임업을 허용해 줄 것을 건의했다. 투자일임업은 투자자로부터 투자 판단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일임받아 투자 상품을 운용하는 것을 이른다. 금융사는 고객 자산운용의 대가로 일정 수수료를 받는다.

현재 투자일임업은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 금융투자업권에 허용이 돼 있고, 은행의 경우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허용이 돼 있다.

은행권은 고객들이 원스톱 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받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이를 전면 허용해 줄 것을 건의했다. 전면 허용이 어렵다면 공모펀드 및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투자일임업에 한해 추가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은행들은 "투자일임업이 은행권에 허용되면 기관·고액자산가 또는 상품판매 중심의 투자일임 서비스를 벗어나 소액투자자·은퇴자·고령자 등을 포함한 모든 고객들이 본인의 니즈에 따른 맞춤형 투자일임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판매수수료(commission) 중심에서 관리·운용 보수(fee) 중심의 사업모델로 전환돼 고객과 은행 모두에게 윈-윈이 가능해지고 경기변동에 따른 손익 변동성도 완화될 수 있다는 주장.

이에 대해 금융투자협회에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증권업계의 핵심업무를 은행권의 안정적 수익 확보만을 이유로 허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면서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시 중소 증권사의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증권업계의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또 전업주의하에서 금융지주내 겸영만 허용하고 있는 현재 금융시스템의 큰 틀 차원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과거 방카슈랑스 등 겸영업무 허용 과정에서 겪었던 것처럼 첨예한 갈등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특정 업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할 것이 아니라 '동일 기능, 동일 리스크, 동일 규제'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은행에 대한 투자일임 허용에 따른 리스크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관리할지, 기존 증권업계의 투자일임과 차별화된 서비스가 가능한지에 대해 추가적으로 검토해줄 것을 은행권에 요청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TF 또는 실무작업반에서 재차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은행들은 투자일임업 허용 요청 외에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벤처투자 확대, 신탁업 혁신, 투자자문업 활성화 등 이미 발표한 방안을 통해 비이자수익을 적극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거듭 밝혔다.

금융위는 오는 24일 제9차 실무작업반에서는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가계부채 질적 구조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