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 "국제 밀 가격 50% 낮아져… 적절하게 대응 부탁"밀 가격 낮아졌지만 평년 대비 여전히 높아라면업계 "공식 요청은 아직… 다각도로 검토"
  • ▲ 마트에 진열된 라면. ⓒ연합뉴스
    ▲ 마트에 진열된 라면. ⓒ연합뉴스
    라면 업계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국제 밀 가격 하락에 따른 '라면값 인하' 권고와 관련해 고심하고 있다.

    라면 업계는 국제 밀 가격이 떨어진 것은 맞지만 밀가루 가격이 여전히 높고 다른 원료 가격 역시 오르고 있어서 가격을 낮추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추 부총리는 18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지난해 업체들이 라면값을 인상한 것에 대한 지적이 있자 "지난해 9~10월에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정도 내렸다"면서 "업체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대응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정부가 하나하나 원가를 조사하고 가격을 통제할 수는 없다"면서 "이 문제는 소비자 단체가 압력을 행사하면 좋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실제 라면 업계는 지난해 하반기 제품 가격을 10%가량 올린 바 있다. 업계 1위인 농심은 지난해 9월 주요 제품 출고가를 11.3% 인상했다. 2021년 8월 인상 이후 1년여 만이다.

    팔도는 지난해 10월 자사 12개 브랜드 제품의 출고 가격을 평균 9.8% 인상했고 같은 달 오뚜기도 주요 제품의 출고 가격을 평균 11% 인상했다.

    삼양식품도 지난해 11월 라면 업계의 줄 이은 가격 인상에 13개 주요 제품의 판매 가격을 9.7% 올렸다.

    라면 업계는 당시 밀가루와 팜유 등 주요 수입 원자재뿐 아니라 물류비와 인건비 등 각종 생산 비용의 증가 이유로 불가피하게 제품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전했다. 

    국제 밀 가격은 최근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평년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밀 선물가격은 1톤(t)당 419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가격은 차츰 내려가면서 올해 2월 1t당 276달러까지 내렸지만 평년의 201달러보다는 여전히 비싼 상황이다.

    밀 선물가격 등락의 영향은 4∼6개월의 시차를 두고 수입가격에 반영된다.

    밀 수입가격은 지난해 9월 사상 최고치인 1t당 496달러까지 올랐다가 올해 2월에는 1t당 449까지 떨어졌지만 평년 가격이 1t당 283달러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크게 높은 수준이다.

    라면 업계는 밀가루값 강세와 더불어 전분 등 원료 가격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고 물류비 증가 등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한 라면 업계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요청받은 것은 없다"며 "어려운 여건이지만 방안을 다각도로 살피겠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라면이 대표적인 서민 식품인 만큼 가격 인하를 포함해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식품기업들은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따라 올해 가격 인상 계획을 보류하는 중이다.

    풀무원샘물은 지난 3월 생수 출고가 5% 인상을 검토하다 가격을 동결을 결정했고, CJ제일제당도 3월부터 고추장 등 조미료 제품의 편의점 출고가 11%까지 올리려다 가격을 유지하기로 했다. 

    롯데웰푸드(구 롯데제과)는 지난 4월 아이스크림과 과자류의 편의점 가격 인상 계획을 백지화했다

    주정과 주세 등이 인상된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오비맥주 등 주류업체들도 소주와 맥주 가격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