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만기 도래 1조 규모 영구채 주식전환 가능성↑ 배임 우려 의식 및 M&A 참여 이끌기 위한 ‘승부수’빅딜 이끌 ‘묘수’ vs 매각 방해 ‘자충수’…결과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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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HMM 매각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1조원 규모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영구채 주식전환 결정이 성공적인 매각을 이끌 묘수가 될지 오히려 매각을 지연시킬 악수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최근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오는 하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HMM 영구채(신종자본증권) 일부에 대해 회사의 조기상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주식으로 전환, 구주와 함께 지분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대두됐다.

    HMM이 산은과 해진공을 대상으로 발행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총 2조6800억원 규모다. 이들 영구채를 전량 주식으로 전환하는 경우 현재 HMM의 유통주식 수(4억8903만9496주)보다 많은 5억3600만주가 시장에 쏟아지게 된다.

    영구채는 HMM 매각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돼 왔다. 산은은 현재 HMM 지분 20.69%, 해진공은 19.96%를 보유 중이다. 만약 산은과 해진공이 영구채 전량을 주식으로 전환화면 이들의 HMM 지분율은 전체 40.65%에서 71.68%까지 확대돼 인수자 부담이 급증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산은이 HMM의 신속한 매각을 위해 하반기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이 발동하는 영구채에 대해 HMM의 조기상환청구를 수용할 가능성에 무게를 둬왔다. HMM이 두둑이 보유한 현금으로 상환능력을 충분히 갖춘 데다 산은으로서도 매각 대상 지분을 더 키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시장 관측과 달리 산은의 HMM 영구채 주식전환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매각 향방도 더욱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오는 10월 HMM에는 CB 4000억원, BW 6000억원 등 총 1조 규모의 영구채 만기가 도래한다. 이후 2024년 9600억원, 2025년 7200억원 등 만기가 도래한다.

    우선 오는 10월 콜옵션이 발동하는 1조 규모 영구채는 산은과 해진공이 절반씩 보유한 상태로, 주식전환 시 2억 개의 주식이 새로 발행된다. 모두 주식으로 전환한다면 산은 지분율은 29.2%로, 해진공 지분율은 28.68%로 확대돼 합산지분율은 57.88%에 이르게 된다.

    산은이 배임 우려를 의식한 한편 인수후보자의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승부수를 띄운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 산은과 해진공은 전환가액(5000원)보다 주가가 높은 상황에서 주식전환을 하지 않으면 배임이라며 각각 2021년 6월 3000억, 10월 6000억 규모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수조원의 평가이익을 실현했다.

    산은과 해진공이 이미 한 번씩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 사례를 비춰볼 때 인수희망자로서는 이번 산은의 결정에 대해서도 충분히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현재 HMM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산은·해진공의 지분 가치는 4조원에 달한다.

    영구채의 주식전환 가능성이 오히려 인수희망자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까지 현대차, 포스코, CJ, LX 등 HMM 인수 후보로 거론된 그룹 중 의향을 밝힌 곳은 없다. 해운업황 둔화 등 부정적 기류 속에서 정부의 지분율 확대 가능성은 오히려 매각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은이 이번에도 영구채 주식전환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결국에는 인수자와의 계약 체결 단계에서 이를 철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인수자의 부담을 낮추면서 HMM의 성공적인 민영화 등 대승적 차원을 고려해 주식전환 없이 영구채 자체를 인수자에 넘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HMM의 매각 향방은 이달 말부터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다. HMM 매각자문단은 이르면 이달 말 매각공고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HMM은 이와 별개로 영구채 조기상환을 위해 해당 영구채의 이자 지급일(10월 25일) 30일 전인 9월 25일까지 금융기관에 중도상환 금액과 상환일을 통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