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수출 17%↓·수입 25%↓… 車 선전에도 반도체 부진7월 반도체 수출액 74.4억 달러… 전년比 33% 감소政 "하반기 업황 개선"… 中 디플레이션 징후 등 불확실성 커
  • ▲ 반도체 수출액과 메모리 반도체 공급초과율.ⓒ산업통상자원부
    ▲ 반도체 수출액과 메모리 반도체 공급초과율.ⓒ산업통상자원부
    우리 무역이 지난달 수출 부진 속에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2개월 연속 '불황형 흑자'를 기록한 가운데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감소세가 실적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도체는 12개월째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나아질 거라 전망한다. 하지만 대내외적인 여건이 좋지 않은 만큼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적잖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7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112억 1000만 달러)보다 33.6% 감소한 74억 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38억 달러 줄었다.

    반도체 수출 감소액은 지난달 전체 수출 감소액인 99억 달러의 40%를 차지한다.

    반도체 수출이 감소한 원인으로는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이 지목된다. 지난달 기준 D램의 고정가는 1.34달러로 1년 전(2.88달러)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낸드의 고정가는 지난해 7월 4.49달러에서 지난달 3.82달러로 15% 줄었다.

    메모리 반도체는 전체 반도체 수출 비중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영향력이 크다. 지난달 수출에서도 메모리 반도체는 전체 비중의 48.4%를 차지했다. 지난달 메모리 반도체의 수출이 41%쯤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전체 반도체 수출도 33% 끌어내렸다.

    여기에 역대 7월 실적 중 1위였던 지난해 7월(112억 달러) 수출의 기저효과도 감소요인으로 꼽혔다.

    이로써 반도체는 지난해 7월부터 12개월 연속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올 4월(-41.0%)부터 5월(-36.2%), 6월(-28.0%) 등을 거치며 감소 폭이 점차 둔화했으나 지난달(-33.6%) 들어 다시 확대됐다.

    수출액 규모는 지난 6월 89억 달러로 올 들어 최대를 기록하며 바닥론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지만, 지난달 74억4000만 달러로 제품 가격 하락 여파를 맞았다.
  • ▲ 15대 주요 수출 품목 규모와 증감률.ⓒ산업통상자원부
    ▲ 15대 주요 수출 품목 규모와 증감률.ⓒ산업통상자원부
    다만 정부는 올 하반기에 반도체 업황이 점진적으로 개선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메모리 감산효과가 가시화하고, 더블데이터레이트(DDR)5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제품 수요가 늘어나면 탄력을 받아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견해다.

    이에 대해 김완기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반도체 업황을 두고 대부분 전문가가 4분기(9~12월)에 들어가서 상당히 개선할 것으로 얘기한다"며 "4분기 이후에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하는 것을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무역수지가 6월에 이어 7월에도 연속 흑자를 달성하며 흑자기조 유지가 가시화하고 있다"며 "이는 자동차·일반기계 등 주력 품목의 수출 호조가 지속하고 있고, 반도체도 점진적 회복세에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정부의 전망처럼 3분기(7~9월) 끝무렵부터 감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해 4분기(10~12월) 들어 본격 반등할 수 있지만, 지연될 가능성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나쁠 경우 반등 시기가 4분기 끝무렵이나 내년 1분기 이후로까지 밀릴 수도 있다는 견해다.

    반등 시기 지연을 우려하는 이유로는 우리 반도체 수출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지연 등이 언급된다. 중국경제가 회복하지 않을 경우 중국시장에 반도체 수출을 의지하는 우리 업계로선 불확실성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7월 대(對)중국 무역적자 규모는 12억 7000만 달러다. 올 3월부터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지만,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수요 부진으로 인한 경기침체)에 빠질 위험에 처했다는 경고음이 커지는 상황이다.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간 패권 경쟁도 우리 업계에 불똥을 튀기는 사안이다. 양국의 분쟁이 심화할수록 우리 수출엔 파장이 커진다. 당장 중국이 이날부터 미국의 수출 규제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반도체용 희귀 금속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에 나섰다. 우리 산업당국도 공급망 점검회의에 열고 상황 분석에 나섰다.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회복 시점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증권가에선 D램과 낸드의 반등 시점을 각각 다르게 예측한다. 이르면 올 3분기에 소폭 흑자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낙관론과 4분기 말에 들어서야 흑자를 기대할 수 있다는 보수적인 견해가 엇갈린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공급 축소와 수요 회복 효과가 동시에 나타나면 가격 상승이 보다 빠르게 일어날 수 있지만, 아직 재고 수준이 높은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3~4분기에 가격 회복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수익성이 빠르게 늘어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달 수출은 503억 3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6.5%, 수입은 487억 1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25.4% 각각 감소했다. 수출이 부진했지만 수입이 이보다 더 줄면서 무역수지는 16억 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입 감소에 힘입은 불황형 흑자는 6월부터 2개월 연속 이어졌다.

    지난달 주요 15대 품목 중 자동차·일반기계·가전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품목은 수출이 감소했다. 증감률이 큰 순으로는 석유제품(-42.3%), 반도체(-33.6%), 컴퓨터(-33.4%), 선박(-30.9%) 순이었다. 이와 반대로 자동차(15.0%)와 일반기계(3.2%), 가전(2.5%) 등은 수출이 소폭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