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시각은 한의계 허용 추세 의료계, 강력 반발… 오진 등 문제 심각한의계, 존엄한 사법부 판단… 급여화 추진 숙제
  • ▲ 최근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가운데)이 오는 24일 한의사 초음파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고 재판부에 탄원서을 제출했다. ⓒ대한의사협회
    ▲ 최근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가운데)이 오는 24일 한의사 초음파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고 재판부에 탄원서을 제출했다. ⓒ대한의사협회
    이달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한 판결이 줄줄이 나올 예정으로 추후 어떤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집중된다. 일련의 과정 속 재판부의 시각이 '허용'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상황이라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2일 관련 단체 등에 따르면 이번 달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과 관련 중요한 2개의 사건이 결판이 난다. 

    먼저 오는 18일 한의사 뇌파계 사용 합법 여부를 가리는 대법원 선고가 예정됐다. 

    이 재판은 1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0년 한의사 A씨가 뇌파계를 사용해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하고 한약으로 치료한다고 일간지에 광고했다. 

    이에 서초구보건소가 2011년 1월 한의사 A씨가 면허된 것 외의 의료행위를 하고 의료광고 심의 없이 기사를 게재했다며 경고 및 업무정지 3개월을 처분했다. 2012년 4월 보건복지부가 한의사면허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을 내리자 A씨는 해당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서울행정법원이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뇌파계를 이용한 진단은 의료법상 허가된 ‘한방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요지였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어 복지부의 면허자격정지처분을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뇌파계는 혼자의 두피에 두 개 이상의 전극을 부착해 뇌의 전기적인 활동신호를 기록하는 장치로 인체에 대한 위험성은 크지 않다"며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가 없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이를 두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즉각 반발했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뇌파계가 전기생리학적 변화를 바탕으로 뇌의 전기적인 활동신호를 기록하는 장치로 한의학적 지식을 기초로 한 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은 명백히 불법"이라고 대응했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서울고등법원에서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은 합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는데도 양의계는 이를 불법이라며 간주한 것"이라며 "사법부의 존엄한 판결을 멋대로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뇌파계 재판은 시작된 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갈등의 중심에 있어 대법원의 선고에 관련 직역단체가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 한의계 초음파 급여화 단초?… 파기환송심 선고 '촉각'
     
    24일에는 한의사 초음파 파기환송심 선고가 나온다. 

    앞서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의료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 B씨에 대해 형법상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당시 대법원은 "초음파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더라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의료기술 등의 변화·발전 양상을 반영해 전통적인 한방의료의 영역을 넘어서 한의사에게 허용되는 의료행위의 영역이 생겨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의료계는 한의사 B씨가 부인과 증상을 호소하던 여성 환자를 진료하면서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약 2년간 무려 68회에 걸쳐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했지만 환자의 자궁내막암 발병 사실을 제때 진단하지 못했음을 지적하며 반발했다.  

    의협은 "초음파 진단기기를 미숙하게 사용해 환자의 병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환자에게 치명적 위해를 입힌 심각한 사안임에도 대법원이 불공정한 판결을 내린 것"이라며 "비전문가에게 허용한다면 오진 가능성이 현저히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이필수 의협회장은 1만 여명의 의사들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서울중앙지방법원 환송심 재판부에 제출하며 "국민의 생명 및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재판부의 신중한 검토와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의료계가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을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인 반면 한의계는 초음파 허용의 정당성이 입증됐는데도 건강보험 급여화 등이 진척되지 않아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송범용 대한한의영상학회장은 앞서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의료기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더라도 한의학의 보조개념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온 것은 고무적 변화"라며 "앞으로 진단기기를 활용할 때에 대한 수가가 필요하며 시장 안정성 확보를 위해 급여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파기환송심 선고가 한의사의 초음파 급여화 영역까지 아우르는 근거가 있다는 점에서 의사와 한의사간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