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중국 시장 영향력 줄어…신흥국과 디커플링 CSI300지수·홍콩 항셍지수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韓 기업, 미-중간 공급망 갈등 속 위상 높아져…탈중국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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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발 위기감이 고조된 중국 경제를 두고 사실상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은 중국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투자처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의 유동성 위기가 드러난 지난 7일 이후 현재까지 중화권 증시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항셍지수는 이날 1만7791.01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7일 종가 1만9537.92 대비 1746.91포인트(8.94%)나 급락한 수준이다. 항셍지수는 지난 18일 헝다가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일 대비 2.1% 급락하기도 했다. 

    홍콩H지수도 지난 7일부터 22일까지 6734.31에서 6097.59으로 636.72포인트(9.45%) 하락했다. 2021년 초와 비교하면 40% 이상 떨어진 수준이다. 

    대형주 벤치마크 지수 CSI300는 이 기간 3990.15에서 5.81% 하락한 3758.23을 기록했으며, 상하이종합지수도 3268.83에서 4.54% 떨어진 3120.33을 기록했다. 

    CSI300과 항셍지수는 21일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 조치가 시장의 예상을 빗나가자 낙폭을 키우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현재 중국은 헝다그룹의 기록적인 적자 및 파산 신청에 이어 완다그룹과 비구이위안도 디폴트 위기에 처하는 등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의 연쇄부도 사태로 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다른 민간 금융기관으로도 리스크가 전이되면서 최근 중국 최대 민간 신탁회사인 중룽신탁이 투자 상품 환매를 중단했다. 중신, 중성, 우광 등 다른 신탁사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위기가 글로벌 경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한편, 일각에선 이미 중국과 신흥국 간에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진행 중이라며 큰 영향은 없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한국 등 아시아 국가가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1일(현지시각) 보고서를 내고 "지난 30년 동안 중국 경제는 신흥국 경제 및 기업 성장에 있어 지배적인 요소였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투자전략가 시저 마스리(Caesar Maasry) 등 3명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고강도의 제로 코로나 방역 조치를 거쳐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한 이후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하는 사이, 다른 나라와 무역을 확대한 신흥국들의 중국 의존도가 낮아졌다. 

    실제로 지난 5월과 이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중국 지수가 각각 10% 하락했으나, MSCI 신흥국 중국 제외 지수(MSCI Emerging Markets ex China Index)는 각각 상승하거나 낙폭이 미미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3년 동안 신흥시장과 중국의 디커플링이 상당히 진행돼 중국발 위기가 신흥시장에 생각보다 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를 집필한 시저는 "이제 신흥시장이 중국과 이혼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발 위기의 예외 지역으로 한국을 꼽으며 이미 탈동조화가 많이 진행돼 최고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팬데믹 기간 동안 국내 기업들의 중국 매출 비중이 크게 축소됐는데,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 비중은 2018년 17.7%에서 지난해 11.8%로 크게 감소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과거에 비해 중국 성장률 둔화가 국내 기업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약화됐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간 공급망 갈등 속에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한 국내 산업의 위상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이탈하는 자금이 국내로 일부 유입될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 국고채 시장이 대표적 선진 채권지수인 WGBI에 편입될 경우 해당 지수 추종자금 유입 확대와 맞물려 채권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박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중국 성장률 둔화가 미국 등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과거보다는 영향력이 제한될 수 있다"며 "달라진 국내 교역구조와 미국 경기 모멘텀이 중국발 악재를 일부 상쇄시켜 줄 여지는 있다"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