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에 노조 지원금 폐지·실업급여 삭감… 尹정부 '노동개혁' 본궤도政 "노동개혁 미룰 수 없는 시대 과제"… 勞 "노조 매도해 개악 발판 삼아" 반발9월 철도노조 총파업·현대차 등 제조업도 줄파업 예고… 노동시장 진통 확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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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노동개혁'의 고삐를 다시 죄기 시작하자 노동계가 즉각 반발하면서 소강상태를 보이던 노정 관계가 악화할 조짐을 보인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노동조합 지원금 폐지와 실업급여 삭감 등 노동개혁의 주요 과제를 본격적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노동계는 일부 노조가 다음 달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조직적인 행동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노동개혁을 둘러싸고 진통이 예상된다.고용노동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내년도 부처 예산안에는 노조 국고보조금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 6월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노조에 대해 지원금을 차단한 데 이어 양대노총 중심으로 이뤄지는 국고보조금 지원을 아예 없앤 것이다. 노조 국고보조금은 노동단체가 수행하는 교육·연구·상담 등의 사업을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다. 올해의 경우 관련 예산으로 44억 원쯤이 배정된 상태다.또한 노동부는 고용 안전망 관련 사업인 '실업급여'와 '두루누리 사회보험', '국민취업지원제도' 등의 예산을 삭감했다. 실업급여는 비자발적 실직 기간에 평균 임금의 60%를 지급하는 제도로, 앞서 당정으로부터 '시럽급여'란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두리누리 사회보험은 소규모 사업장에 일부 보험료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번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실업급여는 올해 11조 1839억 원에서 내년 10조 9144억 원으로, 두루누리 사회보험은 1조 764억 원에서 8375억 원으로 줄어든다. 한국판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는 대상자를 47만 명에서 30만 8000명으로 축소한다.정부는 비효율적이고 관행화된 사업들을 과감히 구조조정하고, 이를 통해 절감한 재원으로 노동개혁을 뒷받침하겠다는 복안이다. 예산안 발표 전날인 28일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노동개혁은 미래세대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노동시장을 만들기 위해 더는 미룰 수 없고 미뤄서도 안 되는 시대적 과제"라며 노동개혁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노동계는 즉시 반발하고 나섰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번 노동부 예산안에는 일방적으로 노조를 부정부패 세력으로 매도하고 배제하려는 정부의 노조 혐오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며 "노동단체 지원 폐지를 명시한 것은 정부가 노조를 회계 문제가 있는 비리 집단으로 매도해 이를 노동개악의 발판으로 삼고자 하는 행보다. 정부 지원 중단을 무기로 노조를 길들이고 노조 혐오를 조장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들은 실업급여 등 고용 안전망 사업의 삭감에 대해서도 "삭감한 세 가지 예산 모두 취약계층 지원 관련 사업"이라며 "정부의 약자 복지는 생색내기용 거짓말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제도에 문제가 있으면 개선하려는 것이 아니라 예산 절감의 기회로 삼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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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의 반발에도 개혁 과제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9일 국민의힘은 1박 2일 일정으로 의원 연찬회를 열고 당 차원의 개혁 의지를 다졌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윤 정부와 함께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을 추진하겠다"며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3대 개혁과 핵심 국정과제의 원활한 추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정이 3대 개혁에 화력을 모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노동계는 파업을 통해 대정부 투쟁의 강도를 높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일부 노조는 이미 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전통적인 강성노조인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은 이달 24일부터 준법투쟁에 돌입한 가운데 다음 달부터 총파업에 나선다고 예고했다. 철도노조는 정부가 다음 달 1일부터 부산~수서를 운행하는 SRT 고속열차의 운행을 11% 이상 축소한 것에 반발하고 있다. 철도노조의 준법투쟁으로 인해 24~28일 총 280회의 열차가 지연되면서 승객 불편을 초래했다. 노정 갈등 양상을 고려할 때 노동계 파업은 앞으로 더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노동계는 경영계와도 마찰을 빚고 있다. 제조업 노조들을 중심으로 파업의 전운이 감돈다. 최근 포스코·현대자동차 등의 노조는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줄파업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이들 노조의 요구 수준이 사측에서 봤을 때 '과도'하다는 데 있다. 포스코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 관련 내용을 모두 합하면 조합원 1인당 1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노조 역시 1인당 평균 3300만 원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고 나섰다.사측은 아직 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노동계의 이런 무리한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도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경영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한 관계자는 "노조의 임금 주장 근거인 사측의 실적 회복은 사실과 다르게 좀 더 과장된 부분이 있다"면서 "(어려운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경영에 차질을 미치지 않기 위해서는 노조가 사측의 현 상황을 직시하고 합리적인 협상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