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진에 7월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국세는 43.4조 '펑크'… 올해 58.2조원 적자獨, 46조원 법인세 감면… 英, 증세기조 수정韓기업, 巨野 프레임정치에 갇혀 침체 탈출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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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내 산업생산과 소비, 투자가 일제히 줄었다. 트리플 감소는 올 1월 이후 6개월 만이다. 통계청은 "경기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좌파 커뮤니티에서는 경기 부진을 윤석열 정부의 실정 탓으로 몰아간다. 하지만 경기침체는 전 세계가 공통으로 앓는 중이다.이번 통계에서 한가지 눈에 띄는 부분은 정부의 역할이다. 7월 산업생산은 3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섰는데, 상반기 조기 집행 기조로 5·6월 증가세였던 공공행정이 7월 들어 집중호우 등으로 6.5% 줄어든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이는 불황일 때 재정 역할이 중요하다며 정부 지출을 더 늘려야 한다는 야권의 주장에 얼핏 힘을 실어주는 듯 보인다. 문제는 7월 생산지표가 말해주듯 이런 땜질식 재정 지출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데 있다. 우린 이미 이를 뼈저리게 경험했다. 국민 혈세를 쌈짓돈인 양 퍼주는 데 일관했던 문재인 정부에서 수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수십조 원의 재난지원금을 헬리콥터 머니로 뿌렸지만, 그 많던 정부 지원금은 문 정부에서 주장했던 것처럼 소비를 통한 경제 활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지난 2021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정부가 전 국민에게 나눠준 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가 26~36%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지원금으로 빚을 갖는 데 쓰거나 미래 불안에 대비해 쥐고만 있을 뿐 정작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음식업·대면서비스업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역시 문재인 정부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투입했던 재정일자리 사업도 단기 아르바이트 성격의 노인일자리만 양산하고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그나마 이런 퍼주기 일변도의 정책도 정부 재정에 여유가 있을 때나 반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금은 세수 부족에 허리띠를 졸라매고도 재정수지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이날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7월 국세수입 현황을 보면 올 7월까지 국세수입은 217조6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3조4000억 원(16.6%)이나 감소했다. 정부가 한해 걷기로 한 세금 중 실제 걷힌 세금의 비율을 뜻하는 세수진도율은 54.3%에 그쳤다. 지난해 7월 65.9%, 최근 5년 평균 64.8%와 비교하면 10%포인트(p) 이상 차이 난다.지난 29일 정부가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2023~2027년)에 따르면 나라의 실질적인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올해 58조2000억 원, 내년에는 92조 원에 달한다.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올해 1134조4000억 원(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50.4%), 오는 2027년에는 1417조6000억 원(5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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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나랏빚을 더 내서라도 수십조 원대 추경 편성으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추경을 위해 춤이라도 추겠다고 했다. 그러나 빚을 더 내서 현금성 지출을 늘리자는 것은 미래 세대에 빚을 떠넘긴 채 당장은 흥청망청 쓰겠다는 심보일 뿐이다.그리고 관 주도의 경기 활성화는 구축효과(驅逐效果)를 낳을 수밖에 없다. 경기를 활성화하려고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려 사업을 일으키면 이자율이 상승해 기업 투자와 민간의 소비가 위축되는 것이다. 결국 세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비생산적인 정부가 지속해서 생산성을 높이고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생산주체인 기업이 투자와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뒷받침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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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현지시각)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이 이끄는 독일 연립정부가 대규모 감세법인 '성장기회법'에 합의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당 법안은 연간 70억 유로(10조 원쯤), 총 4년간 320억 유로(45조9000억 원) 규모의 법인세 감면을 추진한다는 게 뼈대를 이룬다. 지방세를 포함한 독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9.9%로 유럽에서도 높은 편이다.애초 연정의 일원인 녹색당은 법인세 감면을 '부자감세법'이라며 반대했으나 결국 초안이었던 연간 60억 유로보다 확대된 감세안에 합의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감세안으로 연방정부와 주정부, 지방자치단체에 각각 26억 유로, 25억 유로, 19억 유로의 세수가 부족해질 전망이다. 녹색당이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한 발 뒤로 물러난 것은 그만큼 독일 경제가 어렵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기업의 세금 부담을 낮춰줘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데 동의했다는 얘기다.그동안 독일은 문재인 정부와 판박이 정책을 펴 왔다. 러시아 가스 파이프라인을 믿고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 왔다. 집권 사민당은 시간당 최저임금을 2021년 10월 9.6유로(1만3300원)에서 지난해 10월 12유로(1만7700원)로 1년 새 25%나 올렸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수입 비용이 수직상승하면서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 폭이 63% 감소하는 등 타격을 입었다. 최대 교역국이었던 중국마저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면서 독일 경제는 지난해 4분기(-0.4%)와 올해 1분기(-0.1%)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2분기 성장률(0%)도 정체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7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독일의 성장률 전망치를 -0.3%로 기존보다 0.2%p 낮췄다.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역성장이 예상됐다. 전쟁 중인 러시아의 성장률이 1.5%로 기존보다 0.8%p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영국도 마찬가지다. 집권 노동당은 최근 진보 진영에서 제기하는 고소득층에 대한 부유세(富裕稅) 신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행 소득세 최고세율인 45%도 더는 올리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전통적으로 증세와 복지를 중시해 온,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좌파정당 노동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그동안의 경제정책 노선을 수정한 것이다. 노동당은 한 발 더 나가 투자,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상속세 폐지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영국이 증세에 반대하는 배경도 독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IMF가 전망한 올해 영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0.4%다. 지난해 4.1%에서 0%대로 추락했다. 좌파 정당이 현재의 정책기조로는 내년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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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우리나라는 거야(巨野) 눈치를 보느라 경제계의 절박한 호소에도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법인세 인하 논의가 빠졌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지난 14일 기재부에 '2023년 세법개정안에 대한 중견기업 세제 건의'를 제출하며 "글로벌 추세에 맞춰 법인세 최고세율을 20%까지 낮추고, 구간별 법인세율을 과감하게 인하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 투자를 이끌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정부는 사실상 여소야대라는 정치 지형을 고려해 법인세법 개정안을 추진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3%p 내리는 법인세 개정안을 추진했으나 민주당의 부자감세 프레임에 막혀 1%p만 내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제1야당인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오로지 현금 살포를 위한 추경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연초에는 난방비 추경을 주장하다가 이후엔 민생 추경, 수해 추경으로 이름을 바꾸더니 최근엔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에 따른 수산업계 지원 추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 때 몸에 밴 추경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지금 세계는 경기침체를 이겨내기 위해 전쟁 중이다. 때론 자국 기업과 산업을 보호하려고 보호무역 장벽을 높게 세우고 때론 외국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각종 지원금을 주겠다며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 반도체 경기 악화에 따른 수출 부진 설상가상 미사일 무력시위에 나서고 있는 북한의 안보 위협까지 한국 경제는 말 그대로 사면초가에 처해 있다. 당면한 국가적 현안들을 풀어가기 위해 '눈치 빠른' 민주당이 눈앞의 당리당략 대신 국민의 안위를 위해 머리를 맞대주길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과욕인 건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