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10월부터 수출플러스…하반기 2%쯤 성장"대통령실도 '9월 위기설' 부인…'반도체 수출' 낙관 전망현대경제硏 "3분기 경기 불황 국면…상저하저 가능성 우려"정부, 내년 총선 염두…'세수부족' 외평기금 끌어다 대응
  • ▲ 추경호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 추경호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경제사령탑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상저하고(上底下高)' 전망에 대해 자신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수출은 11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다, 7월 생산과 소비, 투자 등 3대 지표 모두 하락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 위기로 인한 리스크까지 감안하면 올 하반기 경제 전망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부는 '상저하고' 전망을 고집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전날(3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는 9월 이후부터 서서히 회복돼 늦어도 10월 경부터 수출이 플러스 돌아서기 시작할 것"이라며 "상반기 0.9% 성장했고,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은) 보수적으로 보는 곳이 1.3%다. 이 숫자가 나오려면 상반기보다 하반기 두 배 성장해야 하는데, 하반기 "1.7~2% 정도 성장해야 하고 그 주력은 역시 수출"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 영향과 관련해서는 "우리 금융회사들도 중국의 취약한 부분을 조심했기 때문에 중국 회사에 대한 우리 투자는 지극히 미미해 직접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도 대응책이 나올 것이다. 다만 중국이 잘못되면 세계와 우리 경제에 굉장한 어려움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예의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역시 '9월 위기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지난 1일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7월 산업활동동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저하고 전망은 유효하다"며 "9~10월부터는 회복흐름을 전망하고 있고, 9월 위기설은 없다"고 밝혔다.
  • ▲ 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 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민간은 정부의 이런 전망을 미심쩍게 바라보고 있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를 기록하긴 했지만, 휴가기간과 추석 연휴, 집중호우와 장마 등이 겹치며 8월과 9월 다시 물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7월 소매 판매는 전달보다 3.2% 감소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7월(-4.6%)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중국에 대한 수출과 반도체 수출도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대(對)중국 수출은 1년 전보다 19.9% 줄어 1년 3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고, 반도체도 20.6% 감소해 1년 1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전날 '상저하고 가능성 제고를 위한 경기회복 모멘텀 확보 절실'이란 보고서를 통해 "3분기 한국 경제는 대중국·반도체 수출 부진, 고물가로 인한 실질 구매력 약화로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한 전형적인 불황 국면"이라며 "당초 예상했던 하반기 경기 회복 가능성이 점차 약화하고 수출 경기 회복이 어려울 경우 'L자형'의 장기 침체 시나리오(상저하저)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올해 1월 99.3을 기록, 저점을 찍은 뒤 5월까지 상승하다가 6월부터 다시 하락하면서 경기 '바닥'이 아직 지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상반기보다 높아지는 지표상의 '상저하고'는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같은 지표를 놓고 다른 해석이 나온 이유는 내년 4월 총선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 전까지 경기 부양을 해야만, 앞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현 정부에 유리한 정치 지형이 만들어진다. 현재는 정부가 여러 정책을 추진해도 거대 야당의 벽에 가로막혀 줄줄이 제지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대표적인 것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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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을 끌어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없이 세수부족 사태를 대응하겠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는 지적이다. 공자기금은 국회 의결없이 이를 일반회계로 전환해 세수 결손분 충당이 가능한데, 정부는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에서 최대 20조 원을 끌어와 공자기금으로 넘겨 세수부족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들어 7월까지 국세수입은 217조6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3조4000억 원 부족하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50조~60조 원쯤의 세수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40%는 지방이, 60%는 중앙정부가 대응해야 하는데, 정부는 지난해 예산을 집행하고 남은 돈인 세계잉여금 9조 원과 예산 불용액 10조 원, 공자기금 20조 원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그동안 줄곧 주장했던 '추경 불가'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된 셈이다. 만약 야당이 주장해왔던 추경을 편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내몰린다면, 정부는 곤혹스러운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무분별한 추경 예산 편성으로 국가채무가 급증했다고 날을 세운 현 정부의 체면이 구기는 것은 물론 추경 편성의 공이 야당으로 돌아갈 우려도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묘수'를 찾은 셈이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조성한 기금인 외평기금을 끌어다쓰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급상승한 원·달러 환율에 대응하기 위해 외화당국은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여 외평기금에 원화를 대거 쌓아놓았다.

    다만 기재부는 외평기금을 끌어다 세수부족에 대응하는 방안에 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조만간 세수 재추계 작업이 완료되는 만큼 이 같은 방안이 포함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