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CP 줄이고 회사채 발행…차입구조 장기화 유동성 안정화·부동산 PF 리스크 관리 증권채 투심 악화로 오버발행…고금리 조달비용 부담
  • 증권사들이 차입 듀레이션 관리를 위해 기업어음(CP) 등 단기물을 줄이고 장기물인 무보증사채(일반사채) 비중을 늘리고 있다. 

    다만 국채 금리의 기준 격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4.8% 연고점을 기록하는 등 치솟으면서 국고채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아 조달 부담이 커지는 양상이다. 

    17일 코스콤 체크단말기에 따르면 지난해 유동성 위기로 단기 조달을 늘렸던 대형 증권사들의 CP발행잔액은 최근 급감한 추세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 초 CP발행잔액이 5조2170억원으로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았으나 전날 기준 2조5750억원으로 절반 이상(2조6420억원) 감소했다. 

    이어 하나증권이 같은 기간 3조3700억원에서 2조9350억원으로 4350억원 줄었다. 

    지난해 12월 CP발행잔액이 1조원대였던 NH투자증권(-4440억원)과 하이투자증권(-8850억원), 메리츠증권(-1조1100억원) 등도 CP 발행을 줄였다.

    대신 증권업계는 단기물인 CP 상환 목적으로 회사채 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18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한다. 다음 달 만기가 돌아오는 CP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8월  만기가 돌아온 CP 상환을 위해 2년물 700억원, 3년물 700억원 등 총 14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지난달 발행한 2100억원어치 회사채 가운데 1000억원을 CP 상환에 활용했고, 다올투자증권은 지난 8월 발행한 500억원 회사채로 단기물을 대체했다. 

    앞서 지난해 9월 강원도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미상환 사태로 자금시장에 돈줄이 마르자 유동성 위기 우려가 커졌다. 이에 증권사들은 CP 등 단기물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서며 급한 불을 껐다. 

    당시 발행된 단기물의 만기가 돌아오자 장기물인 회사채 등으로 대체해 차입구조를 장기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장기차입 전환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조달비용을 낮추는 데도 효과가 있다. 통상 회사채는 상대적으로 CP 등에 비해 조달 금리가 낮다. 

    다만 증권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만큼 자금 조달에 있어 증권사들의 부담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3분기 발행한 회사채 금액은 전 분기(2조2700억원)보다 1조2200억원 감소한 1조500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채 금리도 오르는 추세다. AA-등급 기준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6일 4.769%까지 치솟았다.

    최근 일부 증권사는 회사채 수요예측을 준비했으나 증권채 투심 악화로 중단했고, 대형 증권사들도 민평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금리가 책정되는 오버 발행을 피하지 못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차입구조 장기화를 위해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지만 투심이 따르지 않고 있고 금리도 올라 부담이 있는 상황"이라며 "무리해서 자금 조달에 나서기 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