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민주당 금투세 오락가락 행보도 영향공개 토론까지 했으나 당론 결정 미뤄져…투자자 실망 커져증시 불확실성 장기화…"시장 더 멍들기 전 빠른 결단 촉구"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종현 기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여부를 두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갈팡질팡 행보를 보이면서 주식 투자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당장 3개월 후인 내년 1월 금투세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아직도 민주당이 당론을 언제 정할지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어 시장의 혼란은 더 커지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금투세 유예 및 시행 여부를 두고 이르면 내주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다음 주에 금투세 관련 의원총회를 한 번 더 진행한 이후 방향과 결론에 관한 조속한 당의 입장 정리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 대변인은 "현재로서 곧 국정감사도 있어 (결정 내릴) 시점을 보고 있다"라며 "당론을 결정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거칠 건지 의원총회 이후 지도부가 결정할지, 지도부에 위임할 것인지 논의들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22대 정기국회 첫 국정감사가 내달 7일부터 시작되는데, 그전에 금투세 당론이 결정될 수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가능성은 열려있다"라며 "주식시장에 가장 안 좋은 것이 불확실성을 오래 끄는 것이라 생각해서 결론을 빨리 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라고 부연했다.

    전일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한 달여간 당 내외 의견을 청취한 뒤 금투세 관련 당론을 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4일 당 주최로 열린 금투세 토론회에서 시행·유예를 둘러싼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자, 시간을 두고 의견 수렴에 나서겠단 이유에서다.

    그러나 의사 결정이 늦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한 달여간의 숙의 기간을 거치자는 당 지도부 결정이 하루 만에 뒤집힌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전일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금투세와 관련한 당론을 확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정부·여당이 금투세 폐지를 압박하는 가운데 금투세 시행에 반대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까지 거세지는 상황에서 빠르게 결론을 낼 것이란 전망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연일 의사결정을 미루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가뜩이나 금투세 시행 여부가 국내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끼치는 상황에서 시행을 추진 중인 민주당의 의사결정이 너무 늦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국내 증시는 최근 금투세를 둘러싼 민주당의 오락가락 행보에 출렁이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중국의 경기 부양책 등 증시 환경을 둘러싼 대외 불확실성이 겹겹이 쌓인 상황에서 금투세 시행 여부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더불어 지난 24일 열린 민주당의 금투세 토론회에서 나온 일부 의원들의 발언은 '불난 데 기름을 끼얹는 꼴'이었다.

    특히 토론 당일 금투세 시행에 찬성 입장이었던 김영환 의원의 "(주가가) 우하향한다고 신념처럼 갖고 있으면 인버스 투자하시면 되지 않나"라는 발언의 경우 여당과 증시 전문가, 개인 투자자 모두에게 극렬한 비판을 받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정리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대한민국의 증시와 대한민국의 경제를 포기했느냐"라며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인버스나 숏(주가 하락에 베팅)쳐서 돈 벌라'고 권유하는 건가"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또한 "금투세를 유예하자고 나오는 것은 결국 불확실성을 증가시켜서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에서 부를 축적할 방법은 오직 부동산뿐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는 국내 자본시장, 주식시장의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민주당의 120분 토론 역할극이 남긴 것은 증시가 우하향하면 인버스에 투자하면 된다는 희대의 망언밖에 없다"라며 "금투세 시행이 100일도 안 남았는데 민주당의 입장은 점점 더 오리무중"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 사이에서는 금투세 시행‧유예 및 폐지 여부를 놓고 여전히 첨예하게 견해가 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5선 중진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의 경우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처음으로 내 주목을 받았다. 

    정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최근 상황을 보니 오히려 (금투세) 유예가 시장 불안정성을 더 심화시키는 것 같다"라며 "갈등이 심화된 상태에서 유예 정도로 정리가 될 것 같지 않아 보이는 느낌이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의 경우 "금투세가 대다수의 개미 투자자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진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전화 인터뷰에서 "(금투세는 개인 투자자에) 오히려 과세상의 혜택이 돌아가는 법"이라며 "세금이 직접적으로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그렇게 우려하는 것처럼 크다고 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같은 날 정성호 의원이 금투세를 폐기하는 게 낫다고 말한 데 대해 "정성호 의원 한 분이 민주당 국회의원 전원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