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시정연설로 '예산정국' 개시… 12월 초까지 내년도 예산안 심사'건전재정' 거듭 강조… "與-野 초당적 협력으로 복합 위기 헤쳐나가야"민주당 "미래·서민 관련 예산 바로잡을 것"…송곳검증 예고, 가시밭길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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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31일 국회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657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의 '쩐의 전쟁'이 막을 올렸다. 야당은 필수 예산의 증액이 불가피하단 입장을, 여당은 강경한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단 입장을 서로 강경하게 내비치며 정면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 통과까지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다음달 1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돌입한다. 3일부터 경제·비경제부처를 나눠 심사하고 부처별 종합정책질의를 진행한다. 국회 내 각 상임위원회는 소관 부처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맡는다.예결위는 14~17일 감액 심사와 20~24일 증액 심사를 거쳐 예결위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에 내년도 예산안을 올린다. 만일 여야가 30일까지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할 시 12월1일 열리는 본회의에 내년도 예산안이 자동 부의되는 방식이다. 헌법상 본회의 처리시한은 12월2일이지만 이를 지키는 경우는 드물다.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엔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가 담겼다. 총 규모는 656조9000억 원으로 올해 예산안보다 2.8% 증가한 금액이다. 이는 재정 통계가 정비된 지난 2005년 이래로 최저 증가 폭이다. 주요 내역을 보면 윤 대통령이 '나눠먹기식'이라 꼬집은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보다 5조1000억 원(-16.6%) 깎인 25조9000억 원으로 편성됐다. '무분별한 현금 살포'라 비판했던 일자리 예산은 올해와 비교해 1조 원(-3.5%) 깎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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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시정연설서 '건전재정' 강조… "초당적 협력 필요" 통과 당부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을 설명하며 야당의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다. 여러 복합 위기에 대응해 내년도 국정을 무탈히 운영하기 위해선 적재적소의 예산 배정이 필요하며, 이에 여야가 협업해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켜줘야 한다는 당부다. 정부의 재정 운영 방침인 건전재정도 거듭 내세웠다.이날 윤 대통령은 "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이 차질 없이 집행돼 민생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면서 "지금 우리가 처한 글로벌 경제 불안과 안보 위협은 우리에게 거국적·초당적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역설했다.윤 대통령은 건전재정에 대해 "내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총 23조 원 규모의 지출을 구조조정했다. 모든 재정 사업을 제로(0) 베이스에서 검토해 예산 항목의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는 지출, 불요불급하거나 부정 지출이 확인된 부분을 꼼꼼히 찾아냈다"면서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은 국방·법치·교육 등 국가 본질 기능 강화와 약자 보호,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더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야당의 주요 반대 사안인 R&D 예산 삭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R&D 예산은 2019년부터 3년간 20조 원에서 30조 원까지 양적으론 대폭 증가했으나,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선 질적인 개선과 지출 구조조정이 시급하단 지적이 많았다"면서 "앞으로 계속 지원 분야를 발굴해 규모를 늘릴 것이지만, 이번에 지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한 3조4000억 원은 300만 명의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 데 배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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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전운 고조… 첨예한 입장차에 '강대강' 매치 불가피윤 대통령의 시정 연설 이후 야당은 즉각 날을 세웠다. 같은 날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당면한 경제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나 국민들의 고단한 삶에 대한 공감, 실질적인 대안은 찾아볼 수 없는 '맹탕 연설'이었다"면서 "건전재정을 앞세운 지출 구조조정이라고 변명하지만, 지역을 살리는 예산과 R&D 등 필수 예산을 삭감한 건 공약 파기 수준의 '묻지 마 삭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같은 날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매우 실망스럽고 한계가 있었다"고 일축했다. 그는 "R&D 예산이 삭감됐고 청년 예산도 대폭 줄었으며, 기후위기와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예산은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국가 재정의 적극적 역할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민주당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미래 관련 예산, 서민 관련 예산 등에 대해 지적하고 바로잡아나갈 것"이라고 말해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반면 여당은 '현명한 예산안'이라고 추켜세웠다. 심의를 벼르고 있는 민주당을 향해선 제1야당으로서 책임있는 모습이 아니라는 비판을 가했다.이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정부 이래 국가 채무가 급속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 유지는 미래를 위한 고심 어린 선택"이라면서 "세계 경제 추이에 따라 일부 민생 부분에 대한 예산 증액은 필요하다고 보지만, 이는 무엇보다 예산 효율화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현재의 건전재정 기조는 확고히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야당을 향해선 "민주당이 욜로(YOLO·'인생은 한번뿐') 정당도 아니고 내일이 없는 듯 나라를 운영하자는 건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이 아니다"면서 "민주당도 국가 부채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 조언에 귀를 열고, 건전재정 기조를 무너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정부 예산안을 조정할 수 있도록 협력해 달라"고 촉구했다.다만 야당이 반발 기조를 굽히지 않으면서 다가오는 12월 본회의에서의 정면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윤 정부가 편성한 첫 예산안인 올해 예산안도 여야 간 치열한 접전 끝에 법정 처리시한을 22일 넘긴 지난해 12월24일에 통과된 바 있다.박광온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18일 국회연설에서 "내년도 예산 총지출 증가율을 60% 이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면서 "정부와 국민의힘이 거부한다면 민주당은 정부 예산안을 정상적으로 심사할 수 없다. 모든 야당과 공동으로 새 예산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내년도 예산을 둘러싼 대립에 앞서 여야는 다음 달 9일 열릴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을 두고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예측된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들의 강행 처리를 불사하겠단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와 윤 대통령의 재의거부권 행사 등을 통해 저지하겠단 방침이다.이날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으로 여야 관계가 악화할 시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도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여야 관계가 극악으로 치닫는다면 지난 24일 여야가 서로 피켓시위나 고성·야유 등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신사협정'도 파기될 가능성이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