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수요조사 압박에 또 파업 예고… 비판론 확산한파 속 광화문 집회보다 '증원 찬성' 보건노조 설문조사 파급력의료계 먼저 증원규모 수치 제시, 주도적 변화 이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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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는 여론전에서 밀렸다. 의대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논리는 충분했지만 이를 설득 시키지 못했다. 한파를 뚫고 거리로 나온 의사들의 분노는 그 감정이 전달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사실 의대증원 규모가 최대 3000명 이상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정치권과 정부, 그 언저리였다. 관련 내용을 논의한다던 의료현안협의체가 아닌 곳에서 단독을 붙인 수치가 쏟아졌다.의사들은 정해진 결정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반발해야만 했다. 복지부가 발표한 전국 40곳 의대의 정원 수요조사는 교육 능력을 검증하지 않은 단순 요구안에 불과했음에도 의료계를 압박하는 카드로 들어맞았다.차라리 이때 의료계는 전향적 수치 조율에 들어가고 합리적 대안을 도출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현 의대정원 3058명보다 2배를 늘리자는 엄포에 겁이 난 의료계는 또 파업을 예고했다.결국 국민들 입장에서 직역 이기주의라는 고질적 문제가 또 터졌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지난 2020년의 악몽이 재현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당시 의사 파업이 진행되면서 수술 및 진료 대기 등 의료공백이 심각했었다.정부와 9.4 의정합의를 맺으며 파업을 끝낸 것을 두고 의료계는 자체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지만, 이는 본질적으로 환자들의 고통이 담보가 된 산물이었다. 의사들은 성과를 얻었으나 환자들의 피해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이는 의사들의 업보로 남게 된다.현 의협 집행부는 투쟁을 위해 최대집 전 의협회장을 불러들였다. 파업의 성과를 맛봤던 핵심 인물을 중심으로 변화를 시도한 것인데 통하지 않았다. 국민적 비판여론은 물론 내부 반발도 커졌다. 최 전 회장은 "구속을 각오한 투쟁"을 선언했지만 결국 자진 사퇴로 자리를 내려온다.불과 3년 남짓 흘러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1~17일까지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전날까지 진행된 수치는 비공개에 부쳤다. 사실상 파업의 명분을 찾지 못한 상황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가장 강력한 최후의 수단'에 발목이 잡혔고 정부와 증원규모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찬성률을 공개하며 파업하겠다는 전략이 노출됐다. 한파 속 의사 총궐기대회가 이뤄졌음에도 비판적 여론이 지배적인 것은 의대증원을 반대할 명분이 소멸되고 있음을 드러내는 지표다.실제 전국에서 의사들이 광화문에 모여 집회를 진행한 것보다 보건의료노조가 의대증원 확대 '찬성 89.3%', 의사파업 '반대 85.6%'의 대국민 설문조사를 공개한 것이 파급력이 있었다. 이는 고강도 투쟁의 역효과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는 의미다.개인은 엘리트이지만 집단으로 보면 그렇지 않았던 의료계의 행보는 이제부터라도 명확해져야 한다. 앞서 정부가 수요조사로 과도한 수치를 제시했다면 실현 가능한 수치를 먼저 제시하고 협상에 들어가는 것이 현명하다.전국 17곳의 미니의대에서 과연 의대정원을 늘려도 정상적인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지, 충분한 기초의학 교수를 확보하고 있는지 등을 분석해 2025학년도 입학 정원을 제시하고 진지한 협상에 돌입해야만 하는 시기가 됐다.의사를 늘려도 지역이나 필수의료에 유입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건강보험 재정 고갈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예상되지만, 단편적 수치에 불과한 OECD 통계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