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환경 변화·정치적 불확실성 등 영향 올해 수출성장세 1~2%대로 둔화 전망고환율에 원자재값 상승해 기업 부담↑
  • ▲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야적장 전경. ⓒ뉴시스
    ▲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야적장 전경. ⓒ뉴시스
    그동안 한국 경제를 견인해왔던 수출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15개월 연속 플러스 기조를 유지 중이지만, 부진했던 2023년 9월까지의 기저효과가 걷히면서 수출 증가 폭은 넉 달 연속 둔화세다. 주력 업종인 반도체의 업황 악화와 내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국내 정치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올해 수출 성장세는 1~2%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해 한국 수출은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산업의 고부가 제품 수요와 자동차 수출 호조로 지난 12월까지 15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갔다. 무역수지도 지난해 6월 이후 19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다. 전체 수출의 54.9%를 차지하는 미국·중국·아세안 수출 확대도 수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대비 8.2% 증가한 6838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기존 최대 기록은 2022년 6836억달러이다.

    특히 비상계엄 사태로 경제 성장에 빨간불이 켜진 12월에도 613억8000만달러를 기록해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한국의 무역수지는 51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는데 12월만 64억9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하지만 내수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수출도 올해는 꺾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당장 수출 증가율도 지난 8월 10.9%를 기록한 이후 꺾여 4개월 연속 둔화했고 지난달(1.4%) 1%대로 내려앉았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인한 관세장벽 현실화 등 성장세 제약요인도 산적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보편관세 부과시 한국 대미 수출이 최대 13.1%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 관세가 부과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은 9.3%~13.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른 한국경제의 명목 부가가치도 0.34%(7조9000어원)~0.46%(10조6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수출 경기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올해 1·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가 96.1로 기준선인 100을 4분기만에 하회했다. 실제 주요 기관들은 수출 관련 전망치를 일제히 낮추고 있다. 지난해 기준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1.17%포인트(P)로 전체 경제성장률(1.36%)의 86.1%를 차지했다. 수출 둔화 전망에 따른 경제성장력 하락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통상 여건 불확실성 확대로 글로벌투자가 부진해져 올해의 높은 증가세(7.0%)가 조정돼 2.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이 예상한 수출 증가율 전망치도 2.2%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전망한 올해 수출 증가율은 이보다 낮은 1.4%에 그쳤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로 발표했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수출 증가세 둔화를 꼽았다. 

    더욱이 문제는 환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30일 1472.5원에 거래를 마치며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환율은 수입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려 원자재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업종은 취약한 구조다. 대표적인 업종이 석유화학, 철강 등이다. 고환율 수혜업종으로 꼽혔던 전자, 자동차 업종들도 해외 현지투자·생산이 늘어나고 부품·원자재값 상승으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은 "계엄사태 이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와 연말 특수 소멸, 원·달러 환율 급등세, 중국발 저가 공세에 따른 국내 제조업 경기 악화, 트럼프 2기 정책 리스크 등이 소비와 기업 체감경기를 곤두박질시켰다"며 "체감경기 악화 속 수출 경기마저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둔화되면 1분기 국내 GDP 성장률의 하방 리스크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