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안에 흔들리는 원화가치… “3분기까지도 상승”고환율에 물가 ‘꿈틀’… 한은 금리인하 기조에 변수옅어지는 금리인하 기대… ‘역머니무브’ 가속화
  • ▲ ⓒ뉴데일리 DB.
    ▲ ⓒ뉴데일리 DB.
    을사년(乙巳年) 새해 국내 금융시장에 환율 불안으로 인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해 1470원대로 마감한 원‧달러 환율은 12.3 계엄사태 이후 이어지는 탄핵정국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예측하기 어려운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새해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암울한 환율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금리인하 기조를 밝힌 한국은행의 입장이 바뀔 수 있고 주식과 채권 등 원화 표시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더욱 얼어붙을 수 있다.

    ◇ 금리 항뱡, 한은 ‘인하’ 예고에도 환율 변수에 안갯속

    올해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지만 외환시장 상황은 인하 속도를 늦추거나 방향마저 틀어버릴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한은은 지난해 말 발표한 ‘202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 보고서에서 “물가 상승률 안정세를 이어가고 성장의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동시에 금융 안정 리스크(위험)에도 유의하면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 불확실성 증대와 주력 업종의 글로벌 경쟁 심화, 통상환경 변화 등으로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커진 점을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 정치 불안이 촉발한 고환율 상황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어렵게 하고 있다. 

    금리를 낮추면 시장에 돈이 풀리고 민간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는 효과를 봐야 하는데 지금은 환율을 더 자극해 고물가와 소비침체를 유발할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한은은 지난해 마지막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최근 고환율 등으로 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물가 전망경로 상에는 환율 움직임, 소비심리 위축 영향, 공공요금 인상 시기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미 글로벌 IB들은 계엄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대폭 높혀 잡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제출받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주요 IB들이 전망한 내년 1분기 말 환율 중간값은 1435원으로 계엄사태 전인 전망치(1305원)보다 130원이나 높아졌다.

    올해 환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뒤집어졌다. 계엄 전 IB들은 환율이 올해 4분기 말 1315원, 내년 1분기 말 1305원, 2분기 말 1300원 등으로 점차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계엄 후 새로운 전망에선 내년 1분기 말 1435원, 2분기 말 1440원, 3분기 말 1445원 등으로 오히려 더 오를 것으로 봤다.

    애초 시장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한국보다 빠를 것이라는 전망을 근거로 올해 원‧달러 환율이 안정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지만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의 매파적 기조로 이같은 기대도 사라졌다. 

    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금리인하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한국이 혼자 적극적으로 인하하게 되면 내외금리차 확대로 인한 자본유출, 고환율에 따른 물가 상승, 경기침체 등이 우려돼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 ▲ ⓒ뉴데일리 DB.
    ▲ ⓒ뉴데일리 DB.
    ◇ 고환율·고금리에 투자심리 악화… 시중자금 은행 쏠릴 가능성

    안갯 속에 갇히게 된 기준금리와는 별개로 환율 상승세 지속 시 국내 주식‧채권 시장의 외국인 자본 이탈이 가속화 할 수 있다. 환율이 오르는 상황에서는 달러를 원화로 바꿔서 투자할 때 환차손이 발생하기 때문에 원화 표시 자산에 대한 투자가 꺼려진다.

    실제로 고환율 장기화 전망은 연말 금리인하 기대에 훈풍이 불었던 채권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채권시장지표(BMSI)’에 따르면 새해 첫달 종합 BMSI는 103.1으로 전달대비 8.4포인트 하락했다. BMSI는 채권시장 전문가들에 대한 설문조사로 산출되는 심리 지표로 100 이상이면 채권 가격이 상승(금리 하락)할 것으로 기대해 시장 심리가 양호하다는 의미고 100 이하면 채권시장 심리가 위축돼 있다는 뜻이다.

    채권가격 상승 기대가 낮아지면서 시장금리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상승세를 탔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12월 초 연 2.5%대 수준에서 연말 2.6% 안팎으로 올라섰다. 

    특히 새해 채권시장은 높은 환율과 더불어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 등 국고채 발행 증가에 따른 금리 상승 부담이 큰 상황이다. 

    통상 국고채 발행 증가로 공급이 늘면 채권 가격은 하락하고, 금리(수익률)는 상승한다. 또 국고채 금리 상승은 은행 대출과 예‧적금 등 시장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 애널리스트는 “새해 위험자산 회피현상이 강해지고 포트폴리오 비중이 현금으로 많이 쏠리는 경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단기 예금상품이나 MMF(머니마켓펀드) 같은 상품에 상대적으로 자금이 몰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채권의 경우 최근 금리가 올라와 가격이 저렴해졌지만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한 확신이 없어 선뜻 매수가 따라붙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주식은 금리인하와 상관없이 기업 성장성이 담보된다면 주가가 오를 수 있겠지만 현재 국내 경제 상황에서는 성립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