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혼란-트럼프 집권… 정치 리스크에 몸살짐작 어려운 환율… 내년 사업계획 뒤죽박죽'잃어버린 30년' 답습할라… 불확실성 걷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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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는 침체로 내려앉은 우리 경제가 내년까지 답답한 저성장 국면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당장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트럼프 2기 정부가 예고된 상황에서 국내 정치 상황도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컨트롤타워가 사라진 상황에서 P(politics)-리스크는 계속 커지고 있어 무엇하나 장담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당장 경제의 근간인 환율 추이를 장담하기 어렵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김현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시티그룹, 스탠다드차티드 등 해외 투자은행(IB)들의 내년 1분기 원·달러 환율 전망치는 1305원에서 1435원(중간값 기준)으로 크게 뛰었다. BNP파비아스와 노무라은행은 내년 매분기 환율이 상승해 3분기에 각각 1445원과 1500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한국은행은 "최근 환율상승은 국내총생산(GDP) 개선 효과가 크지 않은데 비해 수입가격을 높여 수입의존도가 높은 설비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올해 8월 이후 외국인의 국내주식 순매도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 불확실성에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의 변동성 추가 확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산업연구원도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 트럼프 당선과 같은 달러 강세 요인과 비상계엄 선포, 탄핵과 같은 국내 정치 리스크로 인한 원화 약세 요인이 맞물려 3회에 걸친 미연방준비은행의 금리 인하도 아랑곳없이 환율이 치솟았다"며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계속되면, 2025년 고환율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1500원에 육박하는 환율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같은 장기 경기침체로 진입할 위험을 낳는다. 이는 내수 침체로 이어지며 기업의 경영 성과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이를 대응하기 위해서는 금리 정책이나 정책 자금 공급 등 정부 역할이 필요하지만, 현재 정치적 상황에서는 시도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반도체특별법이나 전력망확충특별법 등 시행이 유력시 됐던 법안마저 국회에 묶여 있는 상태다.기업들은 달라진 내년 경영환경을 부정적으로 관망하며 사업계획을 축소하는 추세다. 고용노동부의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채용계획 인원은 52만7000명으로 전년대비 3만3000명(-5.9%)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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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리스크 장기화 가능성세계 3대 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의 정치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신용도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정부가 추진했던 소비 진작 대책이 동력을 잃으면 소비자와 기업의 신뢰가 약화돼 전체 경제에 타격을 미칠 가능성을 제기했다.이런 상황에서 행정부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반복하고 있고, 야당은 탄핵과 탄핵을 거듭하고 있다.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이 발부됐고, 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진통도 예상된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최상목 경제부총리에게 내란과 영부인 특검법을 들이미는 촌극도 연출됐다.트럼프 리스크도 복합적인 리스크로 다가오고 있다. 개별 협상을 선호하는 트럼프인 만큼 기업들은 경우에 따라 더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실제로 주요 기업들은 트럼프 인수위가 꾸려진 플로리다 마러라고를 찾아 당선인을 만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금까지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대면했고, 류진 풍산 회장과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취임식에 초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 정부나 정치권과의 접촉 계획은 묘연하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10% 관세가 시행되면 우리나라의 대미수출은 13.1%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대미수출액 1157억달러를 대입하면 150억달러, 약 22조원이 증발한다. 여기에 제3국으로 향하는 수출에 미치는 타격을 고려하면 우리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에 복귀해 한국과 같은 수출 의존 국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보호무역 정책을 취할 것"이라며 "한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를 더 압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반도체와 자동차로 지탱해 온 수출에 경고음에 울린 지 오래됐고, 치솟는 물가에 민생이 무너지면서 내수 저변마저 잠식되고 있다"며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 폐기를 앞세운 트럼프 2기 정부의 강경한 정책 기조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