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국 불안·트럼프 관세 겹악재에 증시 부진증권가 새해 코스피 예상밴드 2250∼3206 제시불확실성 여전해도 선반영…상반기 바닥 다지고 하반기 반등 전망
-
지난해 국내 증시 성적가 부진을 넘어 처참한 성적표로 한 해를 마무리한 가운데 새해 증시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연말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정국 불안, 트럼프 트레이드 등 각종 악재가 충분히 반영된 만큼 상반기 바닥을 다진 뒤 불확실성 해소를 통해 하반기 지수가 반등세를 나타낼 것이란 분석이다.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증시는 부진을 거듭했다. 코스피는 2023년 말 대비 9.6%, 코스닥은 21.7% 급락했다. 미국 스탠더드푸어스(S&P)500 지수가 27%, 나스닥지수가 33% 급등한 것과 대조된다.상반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과 외국인 매수세 유입 등으로 상승세를 보이며 7월 11일 연고점인 2891포인트에 도달했지만 8월 이후 경기침체 우려, 트럼프 트레이드,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하락하며 '상고하저' 흐름을 보였다.새해가 밝았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한 모습이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오는 20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강달러 환경, 수출 둔화, 기업 실적 전망 하향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특히 대내외 악재가 가중되면서 2009년 금융 위기 수준까지 가파르게 치솟은 원·달러 환율은 국내 증시에 악재로 부각된다.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0 시대가 시작되며 관세, 보조금 폐지·축소,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등으로 한국의 수출 성장 전략에 비상등이 켜졌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글로벌 대비 한국의 경제 성장률과 잠재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며 "비관이 커지다 보니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며 한국 증시의 체력이 약해진 점도 부담"이라고 평가했다.다만 코스피가 이미 최악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만큼 상반기 저점을 다지고 하반기 반등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지난 연말 코스피 조정이 하락 추세의 마지막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특히 하반기 저금리 효과가 경제 전반에 녹아들어 눌려왔던 증시도 반등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익 하향이 안정될 경우 기대감 반영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이같은 배경을 근거로 주요 증권사 13곳이 내놓은 새해 코스피 예상 등락범위는 2250∼3206으로 집계됐다. SK증권 2416∼3206, 신한투자증권 2600~3100, 키움증권 2400∼3000, LS증권 2400∼3000, 대신증권 2380∼3000, 유안타증권 2350∼3000, 신영증권 2260∼2870, NH투자증권 2250~2850 등이 제시됐다.지수가 현재 수준보단 더 빠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중론이다. 가장 낮은 수준의 하한선 전망은 2250로,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코스피 지수가 2390선에 거래를 마친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대체로 나아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증권사가 전망한 가장 높은 수준의 지수 상단은 3206으로, 현재 수준인 2400을 기준으로 33%가량 상승 여력이 있다.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국내 증시는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바닥에 근접해 있어 투자 매력도가 높은 상황"이라면서 "지난 연말까지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산재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 상반기쯤엔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제거되고 증시도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하반기는 통화 완화정책 지속으로 경제 전반에 저금리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코스피 역시 하반기에 반등을 노릴 수 있다"면서 "1분기 후반으로 갈수록 주주가치 제고 활동 기대감이 증가하고, 낮아진 금리 기대감 역시 개별 종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전문가들은 지난 연말 정국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지수 급락으로 코스피의 가격 메리트가 부각된 만큼 대형주, 경기민감주를 늘려가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봤다.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으로 인해 오히려 초대형 수출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있는 상황이고, 선 낙폭 과대로 가격 하락 위험이 적은 대형주, 경기에 둔감한 대형 경기 방어주, 실적 변동성이 적은 저베타 대형주 등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인식될 수 있는 대형주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는 국면"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