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EU産 브랜디 반덤핑 조사…전기차 보조금 착수 '무역보복'佛, 中 전기차 보조금 조사에 적극 압박…EU와의 분쟁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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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제왕'이라 불리는 프랑스산 브랜디가 중국과 유럽연합(EU)간 무역분쟁의 최전선에 놓이게 됐다. 중국이 유럽연합(EU)산 브랜디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면서다. 넉달 전 중국 전기자동차에 대한 정부 보조금 조사에 착수하면서 급속도로 냉각된 양측의 경제 갈등이 더 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5일 "중화인민공화국 반덤핑 조례 제16조 규정에 따라 상무부는 1월5일부터 EU가 원산지인 수입 브랜디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반덤핑은 자국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다른 나라가 수출한 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수입을 규제하는 조치다. 상무부는 내년 1월5일 전에 마칠 예정이다.상무부는 이 조처를 취하는 이유로 지난해 11월 말 중국주류업협회가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브랜디는 중국이 가장 많이 수입하는 증류주이며 수입 브랜디의 99%가 프랑스산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이번 조사로 프랑스 주류 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EU가 수출하는 브랜디 중 99.8%가 프랑스산이다. 와인 강국이기도 한 프랑스는 중국으로 수입되는 주류의 최대 공급국이기도 하다.폴리티코는 "상무부는 발표에서 특정 국가나 증류소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프랑스 브랜디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브랜디는 발효시킨 과일즙이나 와인을 증류해서 만든 술이다. 산지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프랑스 코냑 지방에서 나는 '코냑'으로 가장 잘 알려졌다. 유명 코냑 브랜드 '레미 마르탱'으로 유명한 레미쿠앵트로그룹은 상무부 발표 직후 주가가 하락했다.중국의 갑작스러운 '브랜디 때리기'는 EU에 대한 보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지난해부터 EU와 중국은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EU의 대(對)중국 무역 적자가 4260억달러(약 560조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불공정무역'이라는 회원국 불만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이에 EU는 지난해 9월 중국 전기차 업체를 대상으로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고, 지난달부터는 중국산 바이오 연료 수입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진행 중이다.당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세계 시장에 값싼 중국산 전기차가 넘쳐나고 막대한 국가보조금으로 인위적으로 값이 낮게 책정되고 있다. 이런 관행이 받아들여져선 안 된다"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밝힌 바 있다.'프랑스산 브랜디'가 콕 집혀 표적이 된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지난해 EU가 중국 전기차 보조금 조사를 하게 된 것은 주요 회원국인 프랑스의 압박이 큰 영향을 끼쳤다.르노 등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프랑스의 정부는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대 7000유로(약 1000만원)의 현금 보조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전체 보조금 예산 3분의 1 이상이 중국산 전기차 구매자들에게 돌아가면서 유럽 전기차의 경쟁력이 지속해서 떨어지는 상황을 우려해왔다.특히 지난달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개편하면서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제외하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는 전기차 운행은 물론 생산·운송 등 전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을 따져 보조금을 지급하는 '프랑스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에서 생산된 수입된 전기차가 대상에서 제외됐다.폴리티코는 "지난해 프랑스는 EU가 중국 전기차에 대한 조사를 하도록 열심히 로비했다"며 "이는 프랑스 브랜디를 표적으로 삼기로 한 중국의 결정과 확실히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프랑스 경제부는 "우리(자국)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중국이 이에 맞선 대항 조처에 나서면서 양쪽간 무역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유로뉴스는 "EU가 중국에 수출하는 주류는 중국이 EU에 수출하는 전기차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대응은 온건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는 진행 중인 EU와 중국간 무역분쟁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