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박찬복 전 대표 퇴진… 공백 한달 넘겨올해 1.5조원 이상 기업가치로 IPO 성공시켜야 경쟁 심화·인플레이션 등 악재 속 투자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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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대표이사 자리가 좀처럼 채워지지 않으며 ‘경영 공백’ 사태를 우려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업공개(IPO), 매출 확대, 스마트 물류 구축 등 당면한 과제가 산적해 있어 대표 선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아직 새로운 대표이사를 내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박찬복 전 대표이사가 물러난 후 현재는 김공수 글로벌사업본부장이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019년 3월 롯데글로벌로지스 출범 당시 초대 대표이사에 올라 작년 말까지 5년 넘게 회사를 이끌어왔다. 그는 회사의 전신인 롯데로지틱스에서 10년간 근무한 유통전문가로 내부에서 발탁됐다. 2021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작년 말 그룹의 세대교체 방침에 따라 경영 일선에서 떠났다.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물류전문가이면서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이끌 적임자를 찾는 것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해 11월 대표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KB증권을 선정하고 올해 중 기업공개를 공식화한 바 있다. IPO에 성공하면 롯데그룹 내 13번째 상장사가 된다. 

    다만 IPO를 위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기업가치를 1조5000억원 이상 인정받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2017년 투자 유치 과정에서 사모펀드 메디치인베스트먼트와 체결한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 계약 때문이다. 올해까지 IPO에 성공하지 못하면 연 복리 3%를 가산해 지분을 되사주기로 한 것. 

    메디치인베스트먼트 투자 당시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기업가치는 8451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실제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2017년 약 2800억원을 들여 롯데글로벌로지스의 2대 주주에 올랐다. 2022년 말 기준 지분율은 21.87%이다. 여기에 풋옵션 조건인 연 복리 3%를 가산하면 1조5000억원이 된다. 만약 롯데글로벌로지스가 1조5000억원 이상의 몸값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롯데그룹은 투자 원금과 이자를 물어줘야 한다. 

    2022년 말 연간 영업이익 1145억원을 낸 한진의 시가총액이 3326억원의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롯데글로벌로지스가 1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란 쉽지 않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2022년 말 연간 영업이익은 518억원에 불과하다. 

    체급 확대가 시급하지만 물류시장의 경쟁력이 심화하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19년 통합법인 출범 당시 2023년 매출 5조원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달성하지 못한 것이 유력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지난해 3분기말 누적 매출액은 2조70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했다. 

    여기에 치열한 국내 물류시장의 경쟁,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인건비 증가 등 올해 경영환경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자동화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가 이행돼야 하지만 대표이사 공백이 길어지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터미널 내 자동화 분류 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올해 약 921억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 개선은 물론 재무 안정성 개선, IPO 등 당면한 과제가 많아 신임 대표이사의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적임자를 영입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와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적임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