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2등' 위기감 확산'경쟁력' 확보 주문에… 반응 싸늘'메모리 1등' 외 다른 처방 필요
  • ▲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 ⓒ삼성전자
    ▲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D램 기술력에서 SK하이닉스에 밀려 2위라는 위기감을 드러냈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사업부문장(사장)은 경력직을 대거 확보해 다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겠단 계획을 내놨지만 '제로(0) 성과급'을 받아든 직원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경계현 사장은 전날 삼성전자 4분기 실적발표 후 진행한 직원 대상 경영 설명회에서 "HBM 등 D램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경력직 채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HBM 분야에서 삼성이 SK하이닉스에 뒤지는 상황에 대한 대책으로 제안됐다. 이날 경 사장은 "경쟁사에 기술력이 따라잡혔다"며 "우리가 2등"이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며 위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경력직을 늘리겠다는 경 사장의 계획에 직원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지난해 극심한 메모리 반도체 시장 불황으로 성과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 사상 초유의 상황에서 "경력 지원자가 있겠냐"는 반문이 돌아왔다.

    직원들이 이 같은 반응을 보이자 경 사장은 말문이 막혔다. 한참동안 침묵한 경 사장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는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이날 성과급을 대신해 격려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 분위기는 더욱 냉랭했다. SK하이닉스가 최근 직원들에게 격려금 200만 원과 자사주 15주를 지급한 것과 비교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해 4분기까지 1년 내내 적자를 기록하며 연간 기준으로 누적 14조 8700억 원 손실을 냈다. 손실이 이어진만큼 삼성이 직원들에게 지급할 수 있는 성과급 지급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고 여기에 삼성전자가 반도체 직원들에게 업계 최고 대우를 해주겠다는 '총보상 우위' 정책도 SK하이닉스에 밀려 해당사항이 없어지면서 '연봉'이나 '처우'로는 경력직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

    올해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고 HBM과 같은 고부가 제품 수요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채용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삼성과 SK가 인재 쟁탈전에 다시 돌입할 가능성도 높다. 삼성이 SK하이닉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처우와 복지로 경력직 인재 확보에 나서려면 '메모리 1등 기업'이라는 자부심 외에 다른 비장의 카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