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물량 척당 3000억 남짓4년전 사전계약에서 높게 부르지 못해대규모 수주 불구 기대에 못 미쳐선종 다각화 필요
  • ▲ LNG 운반선ⓒ뉴데일리DB
    ▲ LNG 운반선ⓒ뉴데일리DB
    계약규모 34조원에 달하는 카타르 프로젝트 계약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실제 수주금액이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않은 분위기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협상에 나선 선주에게 속 시원한 가격을 제시하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는 카타르에너지와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차 물량 계약을 체결 중이다. 수주물량은 당초 예상했던 40척보다 많은 44척을 따냈다. HD한국조선해양 17척, 삼성중공업 15척, 한화오션 12척 순이다.

    계약물량은 늘었지만, 선박 가격은 아쉽다. 17만4000입방미터급 LNG 운반선 1척당 3000억원 남짓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15척 가격으로 총 4조5716억원을 계약서에 썼고, 앞서 계약한 HD한국조선해양은 17척에 5조2511억원으로 도장을 찍었다. 세부 계약 조건을 조율 중인 한화오션도 비슷한 가격을 받아낼 것으로 보인다.

    조선·해운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LNG 운반선 선가는 2억65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날 기준 환율로 계산하면 3486억원이다. 조선 3사가 카타르에너지와 체결한 계약금액을 400억원 이상 상회한다. 제값을 받아내지 못한 셈이다.

    아쉬운 선가는 4년전 선주와 맺은 사전계약 탓이 크다. 카타르에너지는 2020년 6월 조선 3사와 대규모 슬롯 예약 약정서(DOA)를 체결했다. 당시는 조선 사이클이 돌아오기 직전이라 선가가 40% 가량 낮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사전계약에서 협의한 금액 이상을 부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다수의 선박을 수주한 만큼 수익성은 있겠지만, 추가 협상을 통해 더 얻어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카타르 프로젝트를 마친 조선 3사는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등 다양한 선박 수주를 통해 효율적인 도크 운용을 모색하고 있다. VLCC는 선박용 후판이 많이 필요해 그동안 꺼려왔지만, 최근 선가가 많이 올랐다. 한화오션이 최근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에게 따낸 VLCC는 척당 1710억원으로 글로벌 시세 1680억원보다 더 높은 금액을 받아냈다.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한 신조선가에 따르면 VLCC 선가는 2021년 이후 40% 이상 상승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10%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여전히 비싼데다, 중동 분쟁으로 홍해 병목 현상이 길어지면서 선박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카타르 LNG 운반선을 시장기대보다 다소 낮은 선가로 수주했지만, 손실을 보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라며 "2021년부터 시작된 선가 상승 영향은 올해부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이고 다양한 수주를 바탕으로 신규 투입된 인력의 생산 효율도 올라가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