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약 5개월 만에 1350원 돌파엔화 약세 지속… 엔/달러 환율 34년 만에 최고수입 중간재 비중 높은 산업 수익성 악화 우려강달러 전망 … 전문가 "산업특성 고려한 정책 필요"
  • ▲ 달러ⓒ연합
    ▲ 달러ⓒ연합
    글로벌 경기 회복과 기저효과 등으로 올해 들어 회복세를 보이는 수출이 환율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고물가 여파가 지속하며 수입 물가 부담을 키우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환율마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어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 5개월 만에 연고점 찍은 달러 … 엔화 약세도 지속

    28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이날 9시 15분 현재 전일보다 3.7원 오른 1352.4원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9원 상승한 1350.6원에 개장해 1350원 초반대에서 등락했다. 135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1월1일(종가 기준·1357.3원) 이후 5개월여 만이다.

    간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의 발언으로 인해 금리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달러가 강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적으로 원화가치 하락은 수출 제조기업이 해외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첨단분야에선 기업이 가격이 아닌 기술력으로 경쟁하는 만큼 더는 이 공식이 유효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흔히 달러 강세는 수출에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환율이 오른 만큼 수출품의 최종 판매 가격도 오르기 때문"이라면서 "다만 수출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투입되는 원자재와 중간재의 수입 의존도가 과거보다 높아진 요즘은 꼭 그렇진 않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원화 가치의 하락이 대규모기업집단의 영업이익률에 미치는 효과는 부정적으로 조사됐다. 실질실효환율이 10% 하락하면 대규모기업집단의 영업이익률은 0.29%포인트(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규모 기업집단의 수출전략이 점차 가격경쟁에서 기술 경쟁으로 변화하면서 원화의 가치가 하락했을 때 제품의 수출가격 하락을 통한 매출 증대 효과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강(强)달러에 따른 엔화 약세가 지속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외신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전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151.97엔까지 올랐다. 1990년 7월 이후 약 34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해 엔화 환율 변동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0% 하락하면 국내 기업의 수출 금액은 0.1% 감소한다고 봤다.
  • ▲ 최근 원/달러 환율 추이ⓒ산업연구원
    ▲ 최근 원/달러 환율 추이ⓒ산업연구원
    ◇ 수출 회복세 보이는데 … 달러 강세 지속될 듯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116으로 조사됐다. 1분기 전망(97.2)보다 크게 개선된 것으로 2021년 2분기(120.8) 이후 열두 분기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해 수출 부진의 터널을 힘겹게 통과한 정부는 올해 지난해 수출 실적보다 10% 증가한 700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환율이 변수다. 최근 적정 환율과 손익분기점 환율을 웃돌고 있어 이런 추세가 장기화하면 수익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수출 중소기업 30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 영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이 영업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적정 환율은 미국 달러 기준 1262원이었으며 손익분기점 환율은 1195원이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원/달러 환율이 장중 연고점을 넘어서는 등 달러 강세가 좀처럼 끝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높아졌을 때의 1360원 부근에서 지지받을 것"으로 봤다.

    산업연구원은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제조기업 성과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원자재·중간재 수입 비중이 큰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면서 "환율의 급격한 변동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기업이 속한 산업의 특성, 기업의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여부 등을 고려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