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무너지는 '뇌졸중 안전망' … 지역 맞춤형 대책 시급서울대병원, 뇌졸중등록사업 등록 환자 14.4만명 분석 정근화 교수 "전국 어디서나 4.5시간 내 도착 중요"
  • ▲ 급성 뇌경색 환자의 지역별 4.5시간 이내 병원 도착 비율. ⓒ서울대병원
    ▲ 급성 뇌경색 환자의 지역별 4.5시간 이내 병원 도착 비율. ⓒ서울대병원
    뇌졸중의 한 종류인 급성 뇌경색이 나타나면 4.5시간 내 병원에 도착하는 골든타임이 중요한데 지역별 의료 불평등으로 인해 지켜지는 경우는 37%에 불과했다. 이를 대처하기 위해 지역 맞춤형 제도설계가 필수적이라는 진단이다. 

    31일 서울대병원 신경과 정근화 교수와 이응준 공공임상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뇌졸중등록사업(KSR)에 등록된 급성 뇌경색 또는 일과성허혈발작 환자 14만401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를 공개했다. 9개 행정지역, 전국 61개 병원 환자를 분석한 것이다. 해당 논문은 유럽 뇌졸중 저널에 실렸다.

    이에 따르면 한국 전역에서 급성 뇌경색 환자의 병원 도착 지연에 대한 지역 간 격차가 뚜렷했다. 

    약 14만4014명의 환자 중 36.8%만이 골든타임 이내에 병원에 도착했으며 병원 도착 지연 시간의 지역별 격차는 지니계수가 0.3을 초과했다. 여기서 지니계수는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0은 완전평등, 1은 완전불평등을 의미한다. 

    환자의 병원 도착 지연은 증상 발현 시간부터 병원 도착 시간까지의 시간으로 정의됐으며 4.5시간(270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한 환자의 비율이 주요 지표로 사용됐다. 

    그 결과, 병원 도착 지연의 중앙값은 460분이었다. 2016년에 429분으로 가장 짧았으나 이후 소폭 증가해 그 수준을 유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변화 추세에 통계적 유의성은 관찰되지 않았다. 

    즉, 뇌경색 치료의 핵심인 환자의 빠른 내원과 관련된 병원 도착 지연은 지난 10년간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병원 도착 지연 시간에 있어 상당한 수준의 지역 간 격차가 존재했다. 

    불평등 요인에는 응급의료 서비스와 자원의 분포, 지역별 교통 상황, 의료 인프라 접근성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별 맞춤형 대책과 자원 배분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또 다변량 로지스틱 회귀 분석을 진행한 결과, 병원 도착 지연에 독립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경미한 뇌졸중 증상(1.55배), 기존 신체적 장애(1.44배), 당뇨병(1.38배), 65세 초과 고령(1.23배), 흡연(1.15배), 고혈압(1.12배), 여성(1.09배) 순이었다. 

    병원 도착 지연이 4.5시간을 초과한 환자들은 기능적 독립성(수정랭킨척도 0~2)을 갖추고 퇴원할 가능성이 낮았다. 골든타임 내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뇌경색 입원 치료 후 퇴원 시에 독립적 일상생활이 가능한 것과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뇌경색 증상 발생 후 제때 병원에 도착해야 시행할 수 있는 정맥내 혈전용해술 치료를 받은 환자의 비율은 2014년 9.2%에서 2021년 7.8%로 감소했다.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많은 환자들이 적절한 시간 내에 병원에 도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근화 교수(신경과)는 "병원 도착 지연에 지역 간 격차가 크게 존재한다는 것은 전국 어디에 거주하더라도 4.5시간 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뇌졸중 안전망 구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병원 도착 지연과 관련된 요인을 기반으로, 일반인 대상의 교육·홍보뿐만 아니라 취약 계층 및 각 지역의 특성에 기반한 맞춤형 정책을 통해 뇌경색 발생 환자들의 병원 방문까지 소요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