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 "직원이 사장보다 더 버는 기형 구조""주휴수당 부담, 차등적용 도입해 부담 덜어줘야"韓 최저임금, 중위임금 대비 61% '시장왜곡' 심해
  • ▲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게시된 메뉴안내문. 위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게시된 메뉴안내문. 위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코로나가 끝나면 가게 사정이 나아질 줄 알았는데 높은 인건비 부담에 더 힘들어졌어요. 내년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으니... (한숨) 폐업 말고는 답이 없네요" 

    세종에서 작은 주점을 운영하는 김모(50대·남)씨의 말이다. 김씨를 비롯한 식당이나 편의점,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되자 큰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12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 대비 1.7% 오른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됐다. 월급 기준으로는 209만6270원(주 40시간·월 209시간 근무 기준)이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37년만에 처음 '1만원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직원이 사장보다 많이 버는 구조" … 영세할수록 더 힘들어

    고물가·고금리 속 인건비 감당이 어려운 영세 자영업자들은 스스로를 혹사시켜 현 상황을 버텨내고 있다.

    편의점 사장 박모(40대·남)씨는 "사장이 직원보다 많이 일해도 직원이 더 버는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며 "가게 매출을 역산하면 제가 받는 수익은 최저시급 미만이다"고 토로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윤모(50대·남)씨는 "과거 최저시급이 낮았을 때는 직원의 숙련도에 따라 시급을 차등 책정했다"며 "그러나 최저시급이 너무 오르면서 신규 직원과 고참 직원 간 시급 차이가 많이 좁혀졌다"고 말했다.

    윤씨는 "일 잘하는 직원은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가뜩이나 배달비, 재료비 다 올라 버거운데 기본 인건비 부담이 더 크다"며 "오래 일한 직원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식당을 운영하는 정모(50대·여)씨는 "최저임금 인상은 저희 같은 사람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물가가 오르면서 직원들은 월급을 올려달라고 하는데 생활이 어렵기는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라고 한탄했다.

    작은 분식집을 운영하는 박모(40대·여)씨는 "최저임금뿐 아니라 주휴수당도 부담스럽다. 우리같이 총 직원이 3명도 안되는 곳은 차등 적용같은 것을 도입해서 부담을 덜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면서 "소상공인의 경제적·심리적 마지노선인 최저임금 1만원의 벽도 무너졌다. 이제 소상공인은 신규 고용은 시도하기조차 어렵고, 고용유지까지 고심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고 했다.

    파이터치연구원은 최저임금이 1.7% 오르면 4인 이하 소기업은 1만1994개 폐업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2022년 기준 전체 소기업 91만6240개의 1.3%에 해당하는 수치다.

    자영업자의 연평균 소득은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꾸준히 줄고 있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그 낙폭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상위 20%인 자영업자의 평균 소득은 2018년 7630만원에서 2022에는 7290만원으로 4.45%가 줄었다. 같은 기간 소득 하위 20%인 영세 자영업자의 평균 소득은 180만원에서 70만원으로 61.0%가 감소했다.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비중은 2018년 59.2%에서 2022년에는 64.8%로 높아졌다.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 OECD 7위 … 20년간 가파른 상승세

    최저임금의 과다 여부를 판별하는 지표로는 '중위 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거론된다. 중위 임금은 주 30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 임금을 가장 낮은 금액부터 가장 높은 금액으로 줄 세웠을 때 가운데 해당하는 임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최저임금은 중위 임금 대비 61.4%에 달했다. 2016년까지 50%를 넘지 않았던 이 지표는 2019년 60%를 처음 넘겼다.

    한국의 중위 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이미 높은 편이다. 2021년 기준 미국은 29.0%, 일본은 44.9%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의 입김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조차 60.9%로 우리나라보다 소폭 낮았다.

    해당 수치의 상승세도 유독 한국에서 두드러졌다. 우리나라는 2000년 28.8%에서 61.4%로 32.6%p 올랐다. 같은 기간 일본은 12.6%p 올랐고, 미국은 오히려 6.7%p 감소했다.

    중위 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높은 것은 시장 왜곡, 경제 후진성의 상징으로 여겨질 수 있다. OECD 30개국 가운데 한국보다 이 비율이 높은 곳은 콜롬비아, 튀르키예, 코스타리카, 칠레, 뉴질랜드, 포르투갈 등 6곳밖에 없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연구팀장은 "최저임금으로 전반적인 임금을 높이려는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며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이미 주요 선진국에 비해 많이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 팀장은 "최저임금이 계속 높아지면 경영인들은 로봇이나 키오스크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노동자 입장에서도 좋은 소식이 아닐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