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교체 후 지점 통폐합 속 타 증권사로 경력직 PB 이탈 심화부동산 투자 실패로 실적 위축되자 지점 성과 압박 가중"지점장 배분 권한 확대" 수수료 체계 조정해 사실상 패널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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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의 선수급 프라이빗뱅커(PB)들이 잇따라 회사를 떠나고 있다. 미래에셋 해외 부동산 투자 실패로 인한 전반적인 실적 위축 여파로 지점 운영에 대한 본사의 압박이 가중되면서 내부 불만이 커지고 있다. 회사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 윈-윈(win-win)으로 보고 있다.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그랜드마스터 PB 출신 J상무와 L이사는 올해 상반기 KB금융과 메리츠증권으로 적을 옮겼다. 두 사람 모두 과거 미래에셋증권 'PB 드림팀'으로 불렸던 갤러리아WM 출신 마스터 PB로 이름을 날렸던 인물들이다. 공모펀드와 헤지펀드 등 금융상품을 활용한 자산관리에 특화된 영업으로 주목받았다.소위 '큰손' 고객이 다수 확보된 잘나가는 임원급 PB뿐 아니라 미들급부터 시니어급 직원들까지 신영증권, 대신증권, 다올투자증권 등 중소형사로의 이탈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자산관리(WM) 선두주자로 불리는 미래에셋증권의 지점 분위기가 술렁이는 건 특히 올해 들어서다. 세대 교체를 명분으로 대표이사 김미섭·허선호 대표이사가 지난해 말 자리한 뒤 영업점에선 특히나 불만이 고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허선호 대표는 그간 WM 사업부를 총괄해왔다.한 지점장은 "올해 초 허 대표의 지점장 회의 첫 일성은 내부통제 강화와 성과 극대화 과제를 달성하라는 것이었다"면서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과제를 제시한 것"이라고 전했다.성과에 대한 강한 압박과 동시에 내부통제 강화 과제가 떨어진 건 지난해 PB 횡령 문제로 금융감독원 등 규제 당국으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으면서 동시에 해외부동산 손실 여파로 추락한 실적 탓이다.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9월 상무급 PB가 LB그룹 회장 일가의 자금을 도맡아 운용하다가 손실을 덮기 위해 서류를 조작하고 각종 횡령을 벌여 구속되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관련 조사를 받았다.경영 실적은 지난해부터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투자자산 평가손실 및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 반영으로 지난해 4분기 1580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 대부분의 대형사가 뚜렷한 실적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미래에셋증권만 역성장했다. 빅5 증권사 가운데 늘 한국투자증권과 선두자리를 다퉜던 미래에셋증권의 순이익 규모는 1분기 5순위로 밀렸다.때문에 PB들 사이에선 성과에 대한 보상이 이전보다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최근 미래에셋증권은 상품 판매, 주식매매, 랩 운용 등 오프라인 영업점 PB 활동에 따른 컨설팅 수수료 수익 체계를 조정했다.미래에셋증권은 매분기마다 컨설팅 활동에 대한 수익의 12%를 PB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있는데, 개인별 지급분과 지점장 권한에 따른 몫 중 지점장에 의한 배분율을 높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수익은 확보되지만 수익률이 낮은 직원들에 대한 패널티성 수수료 체계 조정이라는 평가다.회사 한 PB는 "과거엔 지점장 권한을 확대해 위에서도 모니터링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지점장 재량이 커지니까 PB들 입장에선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특히 지점장과의 관계 면에서도, 수익률에서도 입장에 따라 체감이 다르다. 일선에선 민감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귀띔했다.시니어급 한 PB는 "미래에셋증권은 회사 이름값에 비해 기본급이 낮은 회사다. 최근 들어 성과 압박은 커지면서 정작 환경은 그렇게 받쳐주지 않은 분위기다. 네임밸류를 낮춰가며 회사를 떠나는 건 팍팍해진 영업 환경 때문"이라면서 "인센티브 비율도 높고, 영업 환경도 여유로운 중소형사로 이직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PB 이탈? "오히려 윈-윈"회사 입장에선 최근 PB들의 이같은 이탈이 '윈-윈'이라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부터 영업점 구조조정에 가장 적극적인 증권사 중 하나다.지난 연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서울지역에서만 갤러리아WM을 비롯해 삼성역, 잠실새내역, 명동, 용산 등 5곳, 지방권 서울산, 전주, 안동, 통영, 군산, 경주, 마산, 김해 등 8곳의 지점이 통폐합됐다.지난해 3월 말 기준 78곳으로, 업계 1위 지점 수를 유지했던 미래에셋증권의 지역 영업점은 지난 17일 기준 65곳으로 줄었다.특히나 지난 2022년 미래에셋대우에서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한 데 이어 임원 인사와 희망퇴직 등을 통해 대규모 세대교체를 단행하는 등 그간 '대우증권 지우기'를 지속해온 만큼 경력 높은 PB들의 이탈이 마냥 불편한 일은 아니라는 평가다.또 다른 지점장은 "회사 입장에서 지점을 꾸준히 줄이는 추세로, 지점이 사라진다는 건 PB들의 자리 보전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라면서 "우리투자증권 출범으로 대우증권 출신을 영입한다는 소식에 자리가 불안한 시니어급 PB들 사이에선 다들 리테일 부문 연락만 기다리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회사가 적극적으로 지점 효율화를 단행하는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은 어쩌면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