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반도체' 시대 대비하는 기업들기술 개발 없이는 중진국 주저앉을지도AI·바이오 등 차세대 시장 선점 절실
  • ▲ SK하이닉스가 내년 11월 완공을 목표로 청주 M15X 팹(반도체 생산공장)을 구축 중인 가운데 31일 오후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서청주 톨게이트에서 드론으로 본 모습. (충북 청주=서성진 기자)
    ▲ SK하이닉스가 내년 11월 완공을 목표로 청주 M15X 팹(반도체 생산공장)을 구축 중인 가운데 31일 오후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서청주 톨게이트에서 드론으로 본 모습. (충북 청주=서성진 기자)
    우리나라 산업은 농업 경제에서 중화학 산업으로, 다시 전자·전기 산업으로 진화를 거듭해 왔다.

    그 과정에서 철강과 석유·화학군은 경제성장을 지탱하는 '산업의 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탄탄한 철강 산업은 자동차·조선 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끌었고, 건설업을 통한 외화 벌이의 공신이 됐다. 뛰어난 석유·화학 기술력은 세탁비누조차 수입해야 했던 한국경제를 뒤바꿔놨다.

    첨단산업의 쌀로 일컬어지는 반도체는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분수령이 됐다. 삼성전자를 위시한 반도체 기술력은 휴대폰 강국을 넘어 우주발사체를 쏘는 국가로 키워냈다.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선진국 산업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품을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선진국을 추격하면 됐던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기술을 이끌어 내는 산업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리 산업을 이끌어 주던 미국이 더이상 과거만큼 우호적이지 않고, 한참 뒤쳐져 있던 중국의 기술력은 우리를 추월한 지점도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선진국 문턱에 도달했던 많은 국가들이 기술력 답보와 정책 퇴보로 중진국으로 주저앉은 사례는 수두룩하다"며 "다음 세대를 리드할 새로운 먹거리를 찾지 못하면 지금의 경제규모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 ▲ 경기 용인시 소재 반도체 설비 업체가 31일 오후 식각장비를 활용한 8인치 웨이퍼 공정 과정을 선보이고 있다ⓒ서성진 기자
    ▲ 경기 용인시 소재 반도체 설비 업체가 31일 오후 식각장비를 활용한 8인치 웨이퍼 공정 과정을 선보이고 있다ⓒ서성진 기자
    AI, 바이오 선점해야… 넥스트 메모리는

    기업들은 차세대 첨단산업이 집중될 시장을 찾느라 여념이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10월 필리핀 칼람바에 위치한 삼성전기 공장을 찾아 고성능 전장용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를 미래 먹거리로 지목하고 집중 육성을 주문했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 필요한 만큼 반도체에 공급하는 장치로 일종의 '댐'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 전기차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돼 '전자산업의 쌀'로 불린다. 최첨단 기술력이 응축된 MCLL는 300ml 와인잔을 채운 양이 수억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다.

    삼성전기는 필리핀 외에도 부산과 중국 텐진 등에 생산법인과 함께 MLCC 핵심 생산 거점으로 키우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바이오 산업도 각광받는 새로운 시장이다.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미래차·원전 등 5대 중점산업에 AI와 바이오를 추가 신설하고 대규모 정책자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내년 5대 중점분야에 대한 정책금융 규모는 116조원에서 136조원으로 17.2% 확대된다.

    AI는 삼성전자·SK·현대차·LG 등 주요 그룹들이 모두 달려든 분야로 꼽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SK AI' 서밋에서 50분 간 오프닝 세션을 주재하며 그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금 미국에서는 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AI 관련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고 했다.

    가전시장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 가전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미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올해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2025에서는 그동안 상식을 뛰어넘는 최첨단 AI 가전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석유·화학 부문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롯데그룹은 바이오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앞세운다. 롯데지주는 최근 밸류업 공시를 통해 '바이오 앤 웰니스'를 4대 신성장 사업으로 선정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10위권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인천 송도 6만평 부지에 3개의 플랜트를 구축해 연간 36만 리터 규모의 항체 의약품 생산 기지를 갖출 예정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AI 산업 성장과 IT기기 수요 증가로 IT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면서 "중국의 저가 공세에도 불구하고 AI 서버 수요와 고부가가치 제품 보급 확대가 반도체 단가 하락을 방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