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빅컷에 한은 금리인하 압박 '쑥'… 단 집값·가계부채가 관건물가안정·내수침체 속 "실기하지 않는 현명한 조정" 요구 커전문들 "금리 내리고 내수경기 부양시켜 자본 유출 막아야"
  • ▲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뉴데일리DB
    ▲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뉴데일리DB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하는 '빅컷'과 함께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나서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더 가까워질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그간 금리인하 발목을 잡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까지 둔화하며 물가 안정세를 이루고, 내수 회복세가 더뎌지면서 기준금리 인하 요인은 충분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만 금리를 인하할 경우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급증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어 한은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미 연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18일(현지시각)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의 5.25~5.5%에서 4.75~5.0%로 0.5%p 낮췄다. 찬성 11명, 반대 1명으로 202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인하된 것이다.

    아울러 FOMC는 연말까지 0.5%p 추가 인하를 예고했다. FOMC의 점도표를 보면 금리는 내년 0.1%p, 2026년 0.5%p 더 낮아져 2.75%~3.00%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 경우, 내후년 미국의 금리는 현재 우리나라 금리(3.5%)보다 낮아지게 된다. 당장 비교해도 한미 금리 역전차는 1.5%p로 좁혀지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에 부정적 요인의 한 축이 해소되는 것이다.

    연준의 '빅컷'으로 한은을 향한 금리 인하 압박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소비자물가가 2%대로 떨어지며 인하 여건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소비 위축 등 경기 부진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은 점도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명분에 힘을 싣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초 열렸던 한 콘퍼런스에서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면서 "금융안정 등을 봐서 어떻게 움직일지 적절한 타이밍을 생각해볼 때"라고 언급한 바 있다.

    문제는 집값과 가계부채 급등을 비롯한 부동산 리스크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들썩이는 집값과 빠르게 불어나는 가계대출로 인해 금리 인하의 양대 핵심 조건 가운데 '금융 안정'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3% 올라 25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상승폭도 전주보다 0.02%p 올랐고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0.07% 올라 전주(0.06%)보다 상승 폭이 늘어났다.

    가계대출은 치솟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9조8000억원 커지며 2021년 7월(15조3000억원) 이후 3년1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한달 만에 8조2000억원 불어났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직후 "한은의 통화정책은 금융 안정을 위한 것인데 금융 안정의 중요 요인이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라며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흐름은 이른 시기에 완화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가계부채는 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 직전인 8월 대출 막차 수요가 몰린데다가 추석 연휴가 끼면서 9월에는 전달보다 증가세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달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8조9000억원 늘어났으나, 이달 12일까지 주담대 잔액은 전월보다 2조2000억원 느는데 그쳤다. 

    특히 최근 우리 경제에서 내수와 고용 등 부진이 지속되며 수출 선방에도 전체적인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만큼 새로운 파훼법이 요구된다. 우리 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올해 10·11월 두 차례 예정돼 있는데 내수 진작의 시급성을 감안할 때 우리도 금리인하를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시기의 금리인하가 국내 투자 등 새로운 활력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주요국의 통화정책 전환, 물가 안정 등 대내·외 경제 여건을 감안해 실기(失機)하지 않는 현명한 기준 금리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 빅컷으로 인해 원화 강세 가능성이 커지고 자본유출 우려도 덜면서 금리 정책 운용 여건이 나아졌다고 볼 수 있다"며 "우리도 금리를 내려 내수 경기를 부양시키고 자본 유출도 막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집값과 가계부채 문제가 상존하고 있지만 물가 안정세에서 국내 경기 반등이 시급하다"며 "국내 투자와 내수 활성화를 위한 한은의 금리 인하가 단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처럼 빅컷으로 할 것인지, 0.25% 정도로 그칠 것인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며 "미국의 중장기적 금리인하 계획에 따라 한국도 점차적으로 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5월 통화정책 방향에서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게 좋겠다고 말한 바 있고, 8월에 금리를 내렸어야 했다"며 내수 진작을 위한 한은의 금리 인하 조치가 이미 늦었음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