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업체 16곳 등 47개 업체 대상 세무조사"리베이트 최종 이익 대상자까지 파악할 것"
  • ▲ 세무조사 (PG) ⓒ연합뉴스
    ▲ 세무조사 (PG) ⓒ연합뉴스
    병원장 부부의 결혼 예식비용과 신혼여행비 등 혼인비용 수천만원을 리베이트로 대납하고, 이를 법인 비용으로 처리해 법인세를 회피한 의약품업체가 국세청에 포착됐다. 

    국세청은 해당 비용을 법인 경비에서 제외하고, 의약품업체에 법인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아울러 리베이트 비용으로 특혜를 누린 의료인에 대해서도 소득세를 과세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25일 공정 경쟁을 훼손하고 소수 기득권층에 이익을 집중시키는 리베이트 행위를 한 의약품업체 16곳과 건설업체 17곳, 보험중개업체 14곳 등 47개 업체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리베이트는 판매한 상품과 용역 서비스 대가의 일부를 다시 구매자에게 되돌려주는 일종의 뇌물이다.

    조사 대상이 된 의약품 업체들은 의사 부부의 결혼 관련 비용 일체와 같은 의료인의 사적인 비용을 대납하고 병·의원과 의료인에게 물품과 현금을 지급하거나, 영업대행사(CSO)를 통해 우회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병원 소속 의사의 호텔 숙박 비용 수백만원을 대납한 사례도 적발됐다. 의사의 자택으로 명품소파 등 수천만원 상당의 고급가구·대형가전을 배송하거나, 병원 소재지로 약 1000만원 상당의 냉장고, PC 등 고급가전을 배송하기도 했다.

    심지어 상품권과 카드깡을 해 현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리베이트 비용을 조성하기 위해 직원 가족 명의로 위장 영업대행사를 설립해 허위 용역비를 지급하고 의료인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방식도 포착됐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과거 세무조사에서는 의·약 시장의 구조적 제약, 리베이트 건별 추적 시 소요되는 인력·시간 등의 한계로 인해 의약품 업체의 리베이트 비용을 경비에서 제외하고, 제공 업체에 법인세를 부과하는 데 그쳤다"면서 "이번 조사 진행 과정에서는 리베이트로 최종이익을 누리는 자를 파악하고자 끈질기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조사 과정에서 의약품 업체 영업담당자들이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료인을 밝히느니 그들의 세금까지 본인들이 부담하겠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면서 "의료계의 카르텔이 얼마나 강고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국세청은 신종 리베이트 유형으로 거론되는 CEO보험(경영인정기보험)을 운영하는 보험중개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도 추진할 계획이다. CEO보험은 법인비용으로 가입하는 일종의 보장성보험으로 CEO 또는 경영진의 사망이나 심각한 사고 발생 시에도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보험금을 법인에 지급하는 상품을 말한다.

    CEO보험을 판매한 중개업체들은 고액의 법인보험을 판매하면서 가입 법인의 특수관계자를 보험설계사로 허위 등록하고 수억원의 리베이트를 지급했다. 이들은 영업 과정에서 '법인의 비용으로 고액 보험료를 납입해 법인세가 절감될 뿐만 아니라, 자녀 등이 고액의 설계사 수당을 지급받으므로 사실상 법인자금으로 증여세 부담 없이 증여할 수 있다'고 유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보험중개법인에게 법인세를 과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리베이트 이익의 최종귀속자인 보험가입법인 사주 일가에는 소득세를, 보험가입법인에는 법인세를 과세할 방침이다.

    건설업체 17곳에 대해서는 발주처의 특수관계인이 가공급여를 지급하거나 발주처의 비용을 대신 부담하는 형태의 리베이트가 드러났다. 허위용역비를 지급해 우회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거나 하도급 업체에 도급액을 과도하게 지급한 후 돈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뒷돈을 챙기는 경우도 적발됐다.

    민 국장은 "조합장, 시행사 등 리베이트를 수취한 상대방도 끝까지 추적하여 소득세를 매기겠다"며 "허위용역 세금계산서 수수 등 세법질서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고발하는 등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