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스톤즈, 해처드, 포일스 포함 런던 서점서 '한강' 책,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솔드아웃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한국 문학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 불러 일으켜고객 문의 매일 줄 이어… 포일스 측 "이번주 중순께 입고 예정"포일스, 한국 문화의 달 진행… 주동근, 이미예 작가와의 대화 마련
  • ▲ 영국 런던 최대 규모 서점 '워터스톤즈' 피카딜리점 전경. ©런던 = 김수경 기자
    ▲ 영국 런던 최대 규모 서점 '워터스톤즈' 피카딜리점 전경. ©런던 = 김수경 기자
    [런던 = 김수경 기자] "안타깝게도 한강 작가의 책은 모두 품절입니다. 다른 한국 작가들의 책도 정말 좋아요. 추천해 드려도 될까요?"

    아시아 여성 최초이자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영향력이 한국 문학에 세계화의 빛을 불어 넣고 있다. 그의 작품이 모두 품귀 현상을 빚는 등 '한강 신드롬'이 전 세계를 강타하자, 그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한국 문학에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 작가가 선정된 후인 지난 12일(현지시간), 런던 최대 규모의 서점인 워터스톤즈(Waterstones) 피카딜리점은 한강 작가의 책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기자가 한 직원에게 한강 작가의 책에 대해 묻자, 그는 품절 소식을 전한 뒤 자신이 재밌게 읽은 책이라며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와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 영문판을 자연스럽게 권했다. 

    워터스톤즈 직원은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모든 책이 금세 매진됐다"며 "부커상을 수상한 이후, 한강의 작품은 런던에서 꾸준히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어로 번역된 그의 책을 모두 읽어봤다. 개인적으로도 정말 좋아하는 작가라 고객들에게 자주 추천하곤 했다"며 "한강 작가에게 관심 있는 고객들에겐 그간 재밌게 읽었던 다른 한국 작가들의 책을 추천하곤 한다"고 했다.
  • ▲ '워터스톤즈' 피카딜리점에 비치된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Cursed Bunny)' 영문판. ©런던 = 김수경 기자
    ▲ '워터스톤즈' 피카딜리점에 비치된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Cursed Bunny)' 영문판. ©런던 = 김수경 기자
    다른 대형 서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한강 작가의 책은 모두 팔려나가 구할 수 없었지만, 서점 직원들은 한결 같이 다른 한국 작가들의 책을 권하며 자연스럽게 한국 문학을 홍보했다.
  • ▲ '해처드' 피카딜리점 내부 전경. ©런던 = 김수경 기자
    ▲ '해처드' 피카딜리점 내부 전경. ©런던 = 김수경 기자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이자, 왕실 납품 서점으로도 유명한 해처드(Hatchards) 피카딜리점에서도 한강 작가의 책은 모두 품절됐다. 해처드의 한 직원은 "한강 작가의 책이 언제 다시 입고될 지 모르지만, 빠르게 구비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며 "다른 한국 작가들의 책도 한 번 둘러 보시라"고 권유했다. 
  • ▲ 런던 '포일스' 채링크로스 본점 직원 마틴(Martin). ©런던 = 김수경 기자
    ▲ 런던 '포일스' 채링크로스 본점 직원 마틴(Martin). ©런던 = 김수경 기자
    런던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의 서적을 보유한 것으로 유명한 포일스(Foyles) 채링크로스 본점 직원 마틴(Martin)은 "현재 런던 전지역 서점의 재고를 확인한 결과, 한강 작가의 책은 모두 품절됐다. 어디서도 구할 수 없을 것"이라며 "출판사에서 빠르게 인쇄에 들어갔고, 이번주 중순께 재입고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워터스톤즈에서 25년, 포일스에서 3년을 근무했다는 마틴은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기 전부터 이미 런던 사람들은 한강 작가의 작품을 좋아했다"며 "이번 수상으로 한강 작가뿐만 아니라,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포일스는 매년 10월 한국 문화의 달(Korean Culture Month)을 진행하고 있다"며 "재능있는 한국 작가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고 말했다.

    포일스는 지난 2018년부터 주영한국문화원과 함께 '한국 문화의 달' 행사를 진행해오고 있으며, 포일스의 언어부분 담당자가 선정한 영문 번역 한국 서적과 한국 도서를 한국 소품과 함께 전시한다. 지난 12일에는 '지금 우리 학교는'을 쓴 주동근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됐으며, 오는 26일에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쓴 이미예 작가와의 대화가 마련된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K문학을 전 세계에 알리고 그 위상을 드높일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 ▲ 런던 포일스 서점의 한강 특별 코너 모습. ©주영한국문화원
    ▲ 런던 포일스 서점의 한강 특별 코너 모습. ©주영한국문화원
    한편, 1970년 11월 전라남도 광주(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난 작가 한강은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93년 시인으로 먼저 등단한 후,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한강은 이후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그대의 차가운 손', '검은 사슴',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등 다양한 소설집과 장편소설들을 발표했으며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와 동화 '내 이름은 태양꽃', '눈물상자'를 펴내는 등 다양한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05년에는 소설 '몽고반점'으로 이상문학상 대상을, 2016년에는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부커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가장 최근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로 지난해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상의 외국문학 부문을, 올해 3월엔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각각 받았다.
  •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노벨상 홈페이지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노벨상 홈페이지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일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표현하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한강은 자기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지배에 정면으로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면서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부연했다.

    노벨상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에 열린다. 물리학·화학·생리의학·문학·경제학상 시상식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평화상 시상식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진행 될 예정이다. 수상자에게는 메달과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4억3000만원)가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