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유·석유제품 208일분 비축 … 장기화도 자신 韓, 중동 의존 높아 확전·장기화땐 경쟁국 대비 불리 우크라 전쟁·美 관세·중동발 리스크에 韓경제 '삼중고'장기전 대비해 비축류 방출·확충 전략 병행해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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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일 이란 오만 사이의 해역인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팔라우선적 유조선 스카이라이트호가 공격을 받고 화염과 연기에 휩싸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본토 공습에 따른 보복 조치로 '에너지 대동맥'인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막아섰다. 전 세계 해상 원유 거래량의 20%가 통과하는 길목이 사실상 막히면서, 이번 사태는 국제 에너지 분쟁으로 확산하는 형국이다. 우리나라 중동 원유 의존도는 69%로 이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들어온다. 비축유로 단기 충격을 완충할 여력이 있지만 봉쇄가 장기화되면 국내 에너지 수급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이란 최정예 혁명수비대(IRGC)는 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봉쇄조치를 공식선언하고,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예고했다.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자 주요 선사들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잠정 중단했다. 하루 평균 65척의 유조선이 오가던 호르무즈 해협은 무력 충돌 이후 사실상 마비 상태다.에너지 공급망이 무력 충돌의 한복판에 놓이면서 1970년대 세계 경제를 강타했던 '오일쇼크'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 경제는 이번 사태에 더욱 취약하다. 한국은 원유 대부분을 중동지역,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물량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해당 항로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수급 불안과 가격 급등이라는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실제로 전 세계 원유 수요의 약 20%를 실은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며, 디젤·휘발유 등 각종 석유제품을 중국·인도 등 아시아 주요 시장으로 실어 나르는 핵심 수송로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가 이곳을 통과하는 만큼, 해협 봉쇄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안으로 직결될 수 밖에 없다.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유조선 최소 150척이 페르시아만에서 발이 묶였고, 여기에는 국내 정유사들에 원유를 공급하는 유조선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으로 향하던 수십 척 역시 일제히 기수를 돌려 인도양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150달러까지 치솟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정부는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합동 비상대응반을 중심으로 일일 점검 체제에 돌입했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중동 상황점검 긴급 관계부처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원유와 석유제품 208일분을 비축하고 있다"며 "장기화에도 확실히 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이어 "합동 비상대응반을 중심으로 상황 전개 양상과 국내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 영향을 24시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며 "이상징후 발생 시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관계기관 긴밀한 공조 하에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또 이날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에서 에너지 수급과 관련해 "충분한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지만 해협이 봉쇄될 경우에 대비해 중동 이외의 물량 확보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정부는 중동지역 에너지 수급 차질에는 비축유 방출과 대체 물량 도입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정부가 보유 중인 원유 비축량은 약 3개월치 소비량인 1억 배럴이다. 민간도 약 9500만 배럴을 비축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 일일 순수입량 대비 210일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다.정부와 정유업계는 단기적인 원유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봉쇄시기가 장기화하면 셈법은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전쟁 장기화를 염두에 둔 비상 대책 마련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이 아닌 우회루트를 활용하면 해상운임은 기존 대비 최대 50~80% 상승할 수 있다. 육료 운송과 통관 절차도 최대 5일까지 늘어날 수 있다. 과거 해당 지역에서는 보험료가 최대 7배까지 할증된 사례도 있다.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전쟁이 두 달 이내에 마무리된다면 비축유로 대응이 가능하겠지만 석 달 이상 장기화될 경우 우리 경제가 감내해야 할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확전 국면으로 이어질 경우를 대비한 시나리오 하에서 단기적으로는 비축유를 방출하되 동시에 줄어드는 비축유를 어떻게 채워 나갈지에 대한 대책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한국 경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미국 관세 정책 변화, 이란사태까지 겹치면서 대외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증폭되는 양상이다. 원유 수급 측면만 놓고 보더라도 경쟁국 대비 대응 여지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김 교수는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 확대를 통해 조정 여력이 있고 미국은 산유국으로서 완충력이 있으며 유럽연합(EU) 역시 북해 유전을 보유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절대적이어서 사태 장기화 시 주요 경쟁국 대비 원가 부담이 커지며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축유가 3개월치 소비량을 보유하고 있어 단기적인 수급 불안은 크지 않겠지만,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국제 유가 급등의 충격이 국내 경제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원유는 통상 수개월 전에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여서 다변화에도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