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 중동전쟁 지속 시 국제유가 배럴당 최대 130달러 전망韓, 중동산 원유 의존도 70% 육박 … 대부분 호르무즈 해협 거쳐이란, 하메네이 사망 공식화 … IRCG, 미국·이스라엘 보복 예고고환율에 원유값 부담까지 … "中 원유수급 곤란이 韓에 악영향"
  • ▲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 소식에 오열하는 이란 시민들. /로이터=연합뉴스
    ▲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 소식에 오열하는 이란 시민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선제 타격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맞대응한 가운데 이런 양상이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은 물론, 1% 성장도 어려워질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1일 AFP통신 등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CG)가 28일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선박 통행을 차단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등 주요 산유국의 수출 통로다.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30%가 지나간다. 이란 정부는 미국, 이스라엘이 자국을 압박할 때마다 이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지만 그간 한 번도 실행한 적은 없다.

    이 해협이 실제 군사적으로 봉쇄되면서 전 세계 해운뿐 아니라 에너지 시장에 대한 거대한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국내 주요 정유사들은 이날 사태 파악과 향후 대책 마련을 위해 일제히 비상회의를 열고 항행 중인 유조선의 안전 여부를 최우선으로 점검했다. 현재로선 정부와 민간이 확보한 약 7개월분 상당인 약 1억 배럴의 비축유가 있어 단기적인 수급 대란은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진단하고 있다.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아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점도 중동 사태가 일단 큰 고비를 넘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정부는 이날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사망을 공식적으로 시인하면서 40일간 전국민적 추도 기간과 일주일간의 공휴일을 선포했다.

    다만 IRCG가 이날 성명에서 "움라(이슬람공동체)의 이맘(이슬람 시아파의 영적 지도자)을 살해한 자들을 가혹하고 단호하며 후회하게 할 처벌을 내리겠다"고 경고하면서 전세가 고조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란 공화국군과 이란 정부, 대통령실, 국방부 모두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한 보복을 예고했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경제연구소들이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봉쇄되고 군사적 충돌이 확산하면 국제 유가가 현재 배럴당 70달러 수준에서 단숨에 120~130달러 선까지 폭등할 것으로 추정한 만큼 업계에선 최악의 상황도 상정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큰 국가의 경우 봉쇄되면 기름값 급등과 동시에 정유·석유화학, 항공, 해운 등 산업의 원가 부담도 훨씬 커지게 된다.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69.1%에 달하며, 이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국내로 들어올 정도로 이곳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원달러 1400원 대 중반의 고환율로 가뜩이나 물가 불안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중동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산업의 원가 부담이 급격히 높아져 물가가 치솟게 되며, 이는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와 산업 전반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 ▲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주위에서 작전하는 이란 혁명수비대 보트들. /AFP 연합뉴스
    ▲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주위에서 작전하는 이란 혁명수비대 보트들. /AFP 연합뉴스

    이번 사태가 지속된다면 유가 급등세 속에서 한국이 스태그플레이션은 물론, 1% 성장마저 장담할 수 없단 전망도 나온다. 최근 한국은행이 반도체 중심의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2%로 상향 조정했지만, 이런 낙관적 흐름이 돌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달 올해 경제성장률을 2.0%,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2%로 제시하면서 국제 유가를 배럴당 64달러로 전제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같은 전제 자체가 통째로 바뀔 판이다. 

    염병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전쟁의 장기화를 원치 않는 만큼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에 미치는 악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인한 중국의 원유 수급 문제와 반도체 사이클 하방이 맞물린다는 가정 하에 우리 경제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