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제조기업 대상 법인세율 21%→15%… 7년 만에 20% 인하필리핀·스페인 등 법인세 인하… 그리스, 법인세 인하로 경제 성장野, 법인세 인하에 반대 목소리… KDI "기업생태계 개선에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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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한 강력한 법인세 인하 카드를 내세우는 등 전 세계가 법인세 인하 흐름에 올라탔다. 반면 우리나라는 야당이 법인세 인하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부자 감세'로 칭하며 세계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법인세 부담이 클수록 기업 투자와 고용이 위축돼 산업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우리 경제가 반등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법인세 인하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13일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에서 상품을 생산하는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율을 15%까지 낮출 계획이다. 1기 집권 당시인 2017년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한 데 이어 추가로 6%포인트(p) 줄인다는 것이다.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26일 미시간주에서 열린 유세를 통해 "우리가 법인세를 70%로 만들면 모든 기업이 떠나고 우리는 일자리를 잃고 죽은 나라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일본, 중국, 한국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하려는 것은 (법인세를) 21%에서 15%로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자국의 산업 발전을 위해 법인세를 인하하는 모습은 미국 외에도 전 세계 곳곳에서 포착된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11일 법인세를 25%에서 20%로 인하하는 내용의 '크리에이트 모어 법'에 서명했다. 아울러 전략적 투자에 대한 수입 관세·부가가치세 등 혜택 부여 기간을 종전 10년간에서 27년간으로 연장하는 등 기업에 다양한 세금 혜택을 마련했다.마르코스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우리는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투자 주도의 필리핀 경제라는 비전을 향해 결정적인 한 걸음을 내디뎠다"며 "이 법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형성할 전략 산업들에 집중하고 국내와 세계의 투자를 유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2010년대에 재정 위기를 겪었던 그리스도 2019년 집권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정부가 29%였던 법인세를 22%까지 내리고 기업 친화 정책을 도입하자, 경제성장과 재정 건전성 회복에 모두 성공했다.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2020년 213.2%에서 지난해 168.8%까지 떨어졌다. 아울러 스페인 정부는 최근 다국적 기업에 15%의 최저 법인세율을 적용하기 위한 관련 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전 세계 법인세 인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그러나 한국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 인하를 포함한 세법개정안을 '부자 감세'로 칭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4 세법개정안 토론회'에서 "(이번 세법개정안은) 평균보다 120%의 배당을 하는 기업에 대해 법인세를 더 인하해 주고 주주들에 대해 세율을 낮춰주겠다는 것인데 주주 배당소득 중 0.1%가 약 49%의 소득을 차지하고 있다"며 주주환원촉진세제를 부자 감세라고 비판했다.야당이 법인세 인하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며 우리 제조업은 또다시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높은 법인세율은 기업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생산량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기업과 대주주들의 국내 이탈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주주가 해외로 눈을 돌릴 경우 국내에 머물던 자본은 곧장 해외 경쟁 업체로 유입될 수 있다.실제로 싱가포르·홍콩 등은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마련해 전 세계 부자들의 투자 유치를 끌어들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법인 세율이 17%로 단일화돼 있고 거주자 펀드 제도를 활용하면 법인세도 완전히 면세되는 혜택을 제공한다. 홍콩은 총자산 가치가 2억4000만 홍콩달러(약 420억원) 이상이고, 투자 금액이 200만 홍콩달러(약 3억5000만원) 이상인 싱글패밀리오피스(SFO)의 법인세 부담을 완전히 철폐했다.한국의 법인세율은 최대 24%로 미국과 비교하면 10%p 가까이 차이 나는 만큼 한국 산업계를 부흥시키기 위해서라도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이유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산업본부장은 "우리나라는 감세를 하는 글로벌 추세에 맞지 않게 기업에 여러 세 부담을 주고 있다"며 "법인세 등 완화로 확보된 여력을 투자에 힘을 쏟을 수 있도록 정책 방향성을 국제 표준에 맞춰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아울러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기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할 경우 제조업을 비롯한 국내 기업에 타격이 클 전망이라 법인세 인하로 탈출 전략을 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우리나라는 기업이 주요국의 기업에 비해 세금의 영향으로 자본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의 자본 생산성 증대와 더불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본 활용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물론 올해 9월까지 기업실적 악화로 법인세가 17조4000억원 덜 걷힌 상황에서 법인세 인하는 세수 결핍을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기재부 관계자는 "(법인세율 인하로) 당장 추산하기는 힘들지만 기업 가치와 생산이 늘면 법인세 등이 더 걷히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아울러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세제 변화가 기업의 투자 및 배당 결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잉여 기업소득에 대한 과세는 중장기적으로는 투자감소로 이어져 경제에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며 "동일한 투자 규모에서 세금 인하 충격을 받는다면 투자 규모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기적인 경기 부양보다는 기업의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근본적인 기업생태계 개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