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골목상점 화재보험, 공동인수 확대… 정작 실효성엔 물음표

전통시장과 골목상점의 화재보험 가입이 용이해졌지만 보험료 부담, 보험사의 기피 등으로 제대로 된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거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전통시장 화재보험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상인들의 보험료 부담을 완화할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화재보험협회는 지난 19일 전통시장 및 일반시장 화재보험 공동인수 변경안을 발표했다. 지난 13일 금융위원회 주재로 열린 제19차 정례회의에서 '특수건물 등 화재보험 공동인수 상호협정 변경(안)'이 인가된 지 약 일주일 만에 나온 후속 조치다.

2021년 처음 도입된 화재보험 공동인수 제도는 지난 2023년 9월부터 15층 이하 공동주택을 포함하도록 개정되었으며 이번에 전통시장 및 일반상점까지 새롭게 포함되었다. 이에 따라 전국 1853개 시장의 26만9000여 개 상점이 추가로 보험을 가입할 수 있게 됐다. 

화재보험 공동인수 제도는 특정 손해보험사가 단독으로 인수하기 어려운 보험 위험을 화재보험협회가 관리하고 국내 12개 손보사가 이를 분담해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번 개정을 통해 대상과 담보 범위가 확장돼 화재뿐 아니라 급배수설비 누출·스프링클러 누출·구내 폭발·전기 위험 등도 포함된다.

◇전통시장 및 일반상점의 화재보험 가입 문턱 낮아진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3년부터 최근 10년간 전통시장에서는 총 509건의 화재가 발생했으며 재산 피해액은 1387억원에 달했다. 지난 1월 충남 서천특화시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277개 점포가 전소되며 65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통시장은 전소 범위가 크고 손해율이 높아 보험사들이 가입을 기피해 왔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전통시장에 한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화재 공제상품이 보장되었으나 일반 상점은 가입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보험 가입이 어려웠다. 이번 공동인수 대상 확대를 통해 전통시장 및 일반상점이 보다 쉽게 화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통시장 외에도 전통시장과 전국 115개 골목형 상점(소상공인 점포가 2000㎡ 내 30개 이상), 281개 상점가(지하도 등에 2000㎡ 내 30개 이상), 12개 상권 활성화 구역(시장과 상점가 등이 하나 이상 포함된 구역)이 공동인수 대상에 포함됐다.

공동인수 절차는 △보험 가입자가 보험사에 청약 후 인수 거절 시 화재보험협회를 통한 공동인수 요청 △협회의 Bridge 시스템을 통한 등록 △개별 보험사 검토(5영업일 내) △인수 의향 보험사가 없을 경우 협회의 공동인수 순서로 진행된다. 공동인수 방식이더라도 단독 계약과 동일하게 건물 및 업종별 화재보험 요율에 따라 보험료가 책정된다.

한국화재보험협회 관계자는 "이번 제도 확대는 상인들이 화재 위험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덜고 안정적인 영업 환경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화재공제상품은 전통시장 상인들이 비교적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는 선택지였으나 보장 한도 6000만원으로 낮아 가입률이 저조했다. 2023년 기준 화재공제 가입률은 29.1%에 불과했다. 

민간 화재보험의 경우에도 높은 위험률과 보험료 부담으로 인해 가입률이 30% 미만으로 저조한 수치를 보였다. 이는 전통시장 상인들이 화재위험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보험사로부터 가입을 거절당하거나 가입 비용이 부담스러워 접근이 어려웠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화재보험협회에 따르면 2023년 화재보험 공동인수 제도를 통한 가입 건수는 총 152건으로 건당 평균 보험료는 약 575만원에 달했다. 소규모 점포들이 밀집하고 노후된 건물이 많은 전통시장의 특성상 화재 발생 시 대형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보험료가 높게 책정되며 상인들의 보험 가입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미등록 점포들은 여전히 보험 가입이 어렵다는 현실도 문제로 지적된다. 2021년 국민권익위원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통시장 점포의 약 21%가 사업자등록증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화재보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동인수제도가 확대되더라도 실제로 얼마나 많은 상인들이 가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일각에서는 민간 보험사에 전통시장 화재보험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지급해 상인들의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고 실질적인 보험 가입률 향상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