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물가 상승 자극… 민간 소비 제약약세 전환한 채권시장… 기업‧가계 이자 부담↑코스피 외국인 이틀째 '팔자'… 밸류업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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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환율·금리‧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내년 한국의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1% 중반대까지 내려앉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원화와 국내 채권‧주식 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 위축에 따른 경기 부진 장기화가 우려되는 탓이다.◇ “원‧달러 환율 1450원 뚫을 수도”… 내수에 ‘찬물’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12.4원에 거래를 시작하며 2거래일 연속 1410원대로 출발했다. 오후 3시30분 종가는 전 거래일 종가(1410.1원·오후 3시30분) 대비 5원 오른 1415.1원을 기록했다.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요동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일 새벽에는 1446.5원에 거래되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3월 15일(1488.0원) 이후 15년 8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앞서 전문가들은 지난달 한국은행이 연속 금리인하를 단행한 이후 앞으로 환율 수준에는 대외금리차보다 경제 성장 모멘텀 확보가 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기준금리 인하 자체는 원화 약세 요인이지만 시장에 돈이 풀리면서 민간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고 국내로 자금이 유입되면 환율이 안정되는 선순환 구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갑작스런 계엄 사태로 환리스크가 먼저 부각되면서, 반대로 높은 환율이 경기 회복을 짓누르는 악순환 구조로 흘러갈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높은 환율은 국내 물가 상승을 유발해 안그래도 부진한 내수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1450원도 뚫고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속적으로 인하한 상태에서 경제 모멘텀이 되살아나는 쪽으로 가게 되면 원화가 조금은 강세를 보일 수 있겠으나, 성장률이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미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한국에 대한 성장 눈높이를 낮춰잡고 있다. 씨티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제시했다. 지난 10월 말 1.8%에서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수치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2.2%에서 1.8%로, UBS는 2.1%에서 1.9%로, 노무라는 1.9%에서 1.7%로, JP모건은 1.8%에서 1.7%로 각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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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준금리’보다 ‘정치 불안’… 시장금리 다시 오름세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높임에 따라 하락세를 보이던 시장금리도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로 다시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은행채 등 시장금리에 연동된 은행의 대출금리도 더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전날 국고채 5년물과 10년물은 각각 3.4bp(1bp=0.01%포인트), 5.2bp 상승한 2.640%와 2.765%로 집계됐다.국고채 금리가 계속 오르게 되면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발행하는 채권도 영향을 받게 된다. 정부보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채권금리는 국채보다 더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채권 금리는 신용에 따라 움직이는 성향이 강해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자금을 유치하려면 신용이 낮을수록 더 많은 이자를 줘야 한다.이 경우 부진한 국내증시 대신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온 기업들의 재무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애널리스트는 “국가 거버넌스(지배구조)의 노이즈는 주식보다 채권 자산에 부정적 재료로 판단된다”면서 “계엄령 이슈는 단발성으로 그칠 것으로 보이나 위험관리 차원에서 당분간 외국인 자금 흐름 모니터링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가계대출 금리도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지연되거나 오히려 오를 수 있다. 국고채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등 은행 대출상품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와 연동된다.채권시장 약세(금리 상승)가 가계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가계 소비여력이 떨어져 내수경기를 더욱 얼어붙게 할 수 있다.◇ 코스피서 짐싸는 외인… 계엄령이 부른 '셀 코리아'국내 증시에선 외국인들이 짐을 싸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주요 정책으로 추진해온 기업 밸류업 정책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외인 이탈’이 더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22.15포인트(0.90%) 내린 2441.85로 장을 마쳤다. 장 초반 7.45 포인트(0.3%) 오른 2471로 출발했으나 이내 내림세로 전환해 점차 낙폭을 키웠다. 장중 1% 넘게 떨어져 2440선을 내주기도 했다.외인들은 정오까지 3000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전날에는 4071억원 규모의 외인 자금이 코스피를 떠났다. 삼성전자를 750억원가량 팔았고, 외인 비중이 높은 금융주들이 급락하면서 10대 상위 금융사들의 시가총액이 10조원 넘게 증발했다.이보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외인들은 코스피에서 5645억원을 순매수했다.계엄 사태를 진화 중인 경제 수장들은 연 이틀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진행하고 시장 참가자들을 향해 과도한 불안감보다는 냉정하고 차분한 대응을 해달라고 주문했다.10조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를 시작으로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 및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한은의 RP(환대조건부채권)매입과 국고채 단순매입, 외화RP 매입 등 필요한 시장안정조치를 총동원할 방침도 재확인했다.특히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F4 회의 이후 별도의 기자간담회를 열어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소통에 나섰다.이 총재는 “이번 계엄사태는 정치적인 이유이며 경제 펀더멘털의 문제가 아니어서 한국의 대외 신용도가 변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또 앞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가능성 등 탄핵 정국의 경제적 충격도 제한적으로 평가했다. 이 총재는 “과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당시 데이터를 보면 중장기적 영향이 크게 없었다”며 “또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의 경험 등 2차례 탄핵 경험을 보면 경제 성장률이나 중장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