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 가계대출 증가 규모 등 금리 결정 걸림돌IMF·KDI 등 韓 올해·내년 경제성장률 일제히 하향 조정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이 연이어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우리나라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건은 충분히 조성됐다. 그러나 최근 다시 증가세를 보이는 가계부채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을 앞두고 1400원대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 한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 마지막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 전망 우세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통위는 오는 28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3.25%)로 유지할지, 또는 조정할지 결정한다.

    금통위는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며 3년 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최근 잇달아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한은도 이에 발맞춰 기준금리를 내릴 거란 전망이 나왔었다.  

    하지만 시장에선 한은이 이미 지난달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하면서 2개월 연속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1400원대 안팎을 넘나드는 높은 원·달러 환율과 사상 최대 규모의 가계부채는 금리 인하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잠시 주춤했던 가계부채는 최근 다시 증가하며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올해 3분기 가계부채는 2000조원에 근접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가 급증한 영향이다.

    은행권에서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는 반면 제 2금융권을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두드러지며 가계대출 증가세가 재차 나타나고 있다. 10월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6조6000억원으로 지난 9월(5조3000억원) 대비 확대됐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이 자국중심주의 정책 등을 예고하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한은은 깊은 고심에 빠지게 됐다. 지난달 인하를 단행할 당시 원·달러 환율은 1300원 중반에 머물렀지만,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1400원대로 치솟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에 부채질하게 돼 섣불리 내리기 어렵다.

    미 연준의 내달 금리 동결 가능성도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는 데 걸림돌이다. 연준이 가장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가 이번주 발표된다. 시장은 10월 PCE 가격지수 전망치가 전월 대비 0.2%, 전년 동기 대비 2.3%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물가가 끈질기게 높게 나오면 연준은 올해 한 차례 남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이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금리 인하 타이밍이 늦었다는 ‘실기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일단 이달 금리결정은 동결, 그리고 1명 이상이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낼 것으로 보인다”며 “통화정책이 위급한 국면을 빼고 연속으로 인하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연속 인하 결정은 상징성이 너무 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 ▲ 부산항 ⓒ연합뉴스
    ▲ 부산항 ⓒ연합뉴스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발표… 수정 불가피

    한은은 28일 수정 경제전망치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은 한은 예상치인 0.5%에 한참 못 미친 0.1% 수준에 그쳐 시장에서는 전망치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한은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출지도 주목된다.

    한은은 이미 올해 성장률 하향 조정을 시사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해 연간 성장률은 2.2%~2.3% 정도로 생각한다“며 "잠재성장률(2%)보다 위쪽에 있기 때문에 연율로 봐선 당황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주요 경제기관들도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낮췄다. 최근 IMF(국제통화기금)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내년 전망치는 2.2%에서 2.0%로 내렸다. KDI(한국개발연구원)도 올해 성장률을 기존 2.5%에서 2.2%, 내년 전망치는 2.1%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은 내년 1월 20일, 내년 첫 금통위는 1월 16일로, 불확실한 상황 가운데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경우 향후 정책 대응 여력이 낮아질 수 있다”며 “더욱이 빠르게 인하를 단행하기 위해서는 내년 경제뿐 아니라 2026년 경제에 대한 우려도 높아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