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특검법에 양곡법 재표결까지… 경제보다 당리당략韓경제 위기 가속화… JP모건, 올해 성장률 1.7%→1.3% 예상'1인 4역' 업무 가중에 트럼프리스크… "정치 안정 도모해야"
  •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3%까지 내리며 우리나라 경제가 기존 예상보다 더욱 침체될 전망이다. 그런데도 야당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는 등 경제 안정에 힘써야 할 정부를 흔드는 데 주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정치권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최 권한대행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하자, 여권에서는 현재 마주한 경제 위기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앞서 민주당 내란극복·국정안정특위와 법률위원회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의 행위들이 유지되도록 사실상 업무를 방관하고 있는 최 권한대행을 직무유기로 고발한다"며 "수사기관에서는 고발 즉시 신속하게 수사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최 권한대행이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하려는 고위공직자범쇠수사처(공수처)에 협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권한대행에 압박을 가한 것이다.

    이에 여권에서는 민주당의 고질병인 탄핵 압박이 다시 도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수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과 생각이 다르면 모조리 처단하는 공포 정치는 이미 시작된 건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탄핵병이 다시 시작되는 건가"라며 "간신히 버티고 있는 나라와 국정은 흔들지 말라. 강력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날 국회는 양곡관리법 등 6개 쟁점 법안에 더해 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재표결할 방침이다. 여당에서 이탈표가 일부 나오지 않는 이상 통과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재표결을 강행하며 당정과의 대립각을 유도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우리 경제는 다양한 위기에 둘러싸여 있다. 우선 작년 12월 초 1400원대 초반에서 등락하던 환율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 1450원을 돌파했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탄핵소추안이 연이어 국회에서 통과되자 1486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선 것은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두 번 뿐이다. 이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주식시장도 충격을 피할 수 없었다. 작년 12월 코스피지수는 6개월 연속 하락세에 접어들었는데,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장 하락을 기록한 것이다.

    이에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우리나라 경제가 예상보다 더욱 침체될 위기에 빠져있다고 경고했다. 전날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8곳의 IB가 제시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는 작년 11월 말 평균 1.8%에서 12월 말 1.7%로 0.1%포인트(p) 하락했다. IB 평균 전망치는 지난해 9월 말 2.1%에서 3분기 수출 감소를 확인한 직후인 10월 말 2.0%로 떨어진 뒤 12월 말까지 석 달 연속 내림세를 걷고 있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 28일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1.9%)보다 낮은 수준이며 정부가 지난 2일 경제정책방향에서 상정한 성장률 전망치(1.8%)에도 못 미친다. 특히 지난 한 달 사이에 JP모건이 1.7%에서 1.3%로, HSBC가 1.9%에서 1.7%로 각각 전망치를 크게 낮춰 우려를 증폭시켰다.

    탄핵 정국에서는 입법부의 역할이 더욱 커지는 만큼 책임감도 막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그런데도 '거대야당'이자 '수권 정당'을 공언해 온 민주당의 현 실태는 경제 살리기는커녕 당리당략에 매몰돼 권력 다툼을 일삼는 모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나마 한 총리 다음 대통령 권한대행 차례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으로 꼽힌다. 경제 전문가인 그가 권한대행을 맡은 이후로 원·달러 환율은 급등세를 멈췄으며 7일에는 1440원대까지 떨어졌다. 나아가 코스피 지수는 전날 장중 2500선을 회복했다.

    다만 최 대행이 정치·사회·경제 위기 속에서 '1인 4역'을 맡으며 업무가중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2주 안으로 다가온 만큼 국회가 정치적 안정화를 도모하고 경제 위기를 불식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견해가 개진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적 불안정이 확산될 경우 환율이 올라가면서 물가가 높아지고, 내수가 침체돼 금융부실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최근 상황을 고려할 때 정치적인 안정이 조속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경제 위기로 가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