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한 개혁과제들, '조기 대선' 가능성에 공전만고공단 승진 인사도 희박… 업무 의욕 저하 호소
  • ▲ 정부세종청사. ⓒ뉴데일리DB
    ▲ 정부세종청사. ⓒ뉴데일리DB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정치 혼란이 극심해지면서 정부의 주요 민생정책과 개혁과제들이 줄줄이 멈춰 섰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공직사회 내 번지는 가운데 고위공무원의 인사 적체가 나타나면서 정책 추진 동력마저 크게 약화된 모습이다.

    8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차관급 등 고위급 인사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관례대로라면 연말쯤에 공직자 인사가 발표돼야 하지만 혼란 정국에 인사 발표는 감감무소식인 상태다. 국·실장(1~2급), 과장급(3~4급) 인사 역시 기약 없다. 인사가 나더라도 '전보'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고위 관료들의 인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인사적체 등 내부 파열음도 커지는 중이다. 그러잖아도 탄핵 정국에 모든 게 멈춰섰는데 인사 적체까지 심화하면서 정책 추진 동력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그간 정부가 추진해 왔던 의료·연금·노동·교육 등 '4대 개혁'도 표류하면서 사회 전반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탄핵 정국 여파로 '4대 개혁' 좌초 위기

    의료·연금·노동·교육으로 대표되는 '4대 개혁'은 윤 정부가 추진해 온 핵심 과제였다. 그러나 탄핵 정국으로 인해 각 개혁안은 발표와 논의가 잇따라 연기되고 있다.

    특히 의료개혁의 핵심 과제였던 실손보험 및 비급여 제도 개선, 의료사고 대응 강화는 의료계의 반발과 정치적 상황이 겹치며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의료계는 비상계엄 사태를 이유로 의대 증원을 포함한 모든 개혁 과제를 원점 재검토하라는 요구까지 내놓았다.

    연금개혁 역시 20년 만에 발표된 정부안이 국회 논의 없이 표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기금 고갈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을 경고하며 조속한 논의 재개를 촉구했지만 조기 대선 가능성과 정치적 계산이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노동개혁의 경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노사정 대화에서 노동계 측 유일한 파트너인 한국노총은 지난해 12월4일 비상계엄 사태를 이유로 사회적 대화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근로시간 개편, 계속고용 로드맵 등 핵심 과제들은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이와 함께 AI 디지털 교과서, 유보통합 등 교육개혁도 국회의 반대와 정치적 대립으로 지연되고 있다.

    ◇ 공직사회, 인사 적체로 사기 저하… 조기 대선 가능성에 정책 공백 우려

    정치적 혼란은 정부 내부 공직사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차관급 이상 고위직 인사가 지연되면서 고위공무원단(고공단) 이하 공무원들의 승진도 줄줄이 밀리고 있다. 일부 부처에서는 주요 실·국장급 공석이 장기화되면서 정책 추진 효율성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종 정부부처의 한 공무원은 "승진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오가지 않다 보니 업무 의욕이 떨어진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탄핵 정국이 끝나야 승진이나 발령이 이뤄질 거란 불확실성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 주요 부처는 "정무직 인사는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고공단 승진 구조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놓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공직사회 내부는 더욱 긴장하고 있다. 일부 공무원들은 기존 정책의 방향성이 완전히 바뀔 가능성에 대비해 새로운 정책 공약을 예습하고 있다는 얘기도 돈다. 정책 추진 의지가 약화되면서 민생 관련 현안과 개혁 과제가 후순위로 밀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고위 공직자 인사는 관례적으로 대통령실에서 좌지우지해왔다"며 "대통령실이 기능을 상실한 현재 고위급 인사는 완벽하게 멈춰 있는 상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인사 적체 분위기가 공직사회 내부에 퍼지면서 공무원들의 사기도 많이 떨어졌다"며 "정권 교체 가능성도 대두되면서 고위급 인사들은 심리적 압박도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국민의 삶에 필수적인 정책들은 중단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공무원 한 사람마다 외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소신 있게 업무를 수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며 "특히 형편이 어려운 국민에게 도움을 주는 업무를 하는 공직자라면 더 큰 사명감을 가져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